석성산(해발 471.5)은 구성산, 성산, 보개산으로 불리는 산으로 용인시 유방동, 삼가동, 구성읍 중리, 포곡면 마성리에 속해 있다. 석성산은 예로부터 군사적 요충지로 봉수대가 있었다 전해지고 있다. 봉수란 밤에는 횃불(봉)로, 낮에는 연기(수)로 중요한 소식을 알리는 통신수단으로 예전에는 남산~관악산~광교산~석성산~건지산으로 이어지는 봉수길이 있었으며 석성산은 현재도 군 통신시설이 위치해 있다. 지난달 13일 일곱 번째 한남정맥 탐사는 전국에서 골프장이 가장 많다는 용인의 석성산을, 영동고속도로로 끊어진 마루금(산등성이)을 뒤로 한 채 기흥구 동백동에 위치한 향린동산에서 시작됐다.

#그들만의 둥지 향린동산

향린동산부터 출발한 탐사단은 동산 내부의 광경을 보고 모두들 탄성을 자아냈다.

76만344㎡라는 규모에도 놀랐지만 단독주택과 빌라 250여 가구가 한가로이 들어서 있고 야외 수영장과 테니스장, 운동장 등이 갖춰져 있어 전혀 딴 세상에 와 있는 분위기를 연출한다. 향린동산의 개발 역사는 무려 36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70년 향린교회 교인 30명을 포함해 초기 회원 100여명이 개인당 회비 30만원씩 걷어 자금을 마련한 후 황무지였던 야산을 개간해 지금의 향린동산을 만들었다고 전해진다.

#흉물스럽게 방치된 철조망과 산불감지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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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길에 흉물스럽게 방치된 향린동산 경계철조망.
향린동산과 88컨트리클럽 골프장을 사이에 두고 시작된 마루금은 산중턱까지 아스팔트 도로로 이어졌지만, 이내 산길로 마루금이 펼쳐졌다. 정맥길과 함께 향린동산의 경계 울타리로 보이는 녹슨 철조망이 약 1㎞ 남짓 이어져 흉물스럽게 방치돼 있었다.

장영록 인천대학교 물리학과 교수는 "향린동산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등산하는 사람들이 자신들의 영역에 침범하지 못하게 설치한 철조망인 것 같다"며 "제 기능을 상실한 녹슨 철조망은 하루빨리 철거돼야 한다"고 말했다.

2.5㎞ 정도 마루금을 따라 올라가자 용인시 기흥구 동백동과 처인구 포곡읍의 경계에 위치한 할미산의 정상과 그 남쪽의 능선 일부를 둘러싼 석축산성을 일컫는 할미성(349)이 나타났다. 할미성에는 초소를 만든 쇠가 다 녹이 슬어 금세라도 무너질 것처럼 보이는 산불감시초소가 그대로 남아 있었다.

장 교수는 "기능을 이미 상실한 철조망이나 산불감시초소는 철거해 원래 숲의 모습으로 돌아가야 한다"면서 "방치된 철조망은 자연경관을 해칠 뿐 아니라 자라는 나무의 껍질을 뚫고 들어가 나무를 죽게 할 수도 있다"고 우려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마루금을 관통하는 도로(작고개)

산의 가파른 절개지를 피해 콘크리트 수로를 따라 내려오자 작고개라고 불리는, 영동고속도로 마성IC에서 용인 에버랜드로 향하는 왕복 6차로 거대한 도로가 눈앞에 펼쳐졌다.

이제학(57) 용인의 산수이야기 저자는 "작고개는 원래 잣고개로, 잣나무로 만든 배가 지나갔다는 전설과 잣나무가 많았던 고개"라면서 "포곡면 전대리에서 어정동으로 넘어가던 고개"라고 소개했다.

마루금의 끝에 '양보'라는 교통표지판이 설치돼 있었지만, 빠른 속도로 달리는 차량의 운전자에게는 무용지물처럼 보였다.

탐사단이 위험을 무릅쓰고 작고개를 건너자 석성산 정상으로 향하는 입구에 터키군 참전기념비가 보였다.

#석성산 정상에서 내려다본 용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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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석성산에서 내려다 본 용인시내
참전기념비에서 다시 시작된 마루금은 등산로와 겹쳐졌다. 향린동산에서 할미성까지의 완만한 마루금과 달리 참전기념비부터 시작된 마루금은 올라갈수록 점점 고도가 높아졌다.

탐사단이 숨을 고르며 땀을 닦아낼 즈음 동백리 이정표가 보이는 바위봉에 도착했다.

바위봉의 바위지대를 지나자마자 나무계단이 이어졌는데, 계단과 줄을 매단 비탈길을 오르자 태극기가 펄럭이는 석성산(471) 정상이 나타났다.

산 정상에서 내려다본 용인의 모습은 대규모 단지인 동백지구와 끊임없는 난개발이 지속되며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가는 타워크레인들 뿐이었다. 이는 마치 지난 5차 탐사구간인 수리산 정상에서 내려다본 안양시내의 모습과 흡사했다.

#마루금을 따라 이어지는 송전탑

이번 탐사구간에서는 많은 송전탑을 볼 수 있었는데, 특히 석성산에서 내려오는 길부터 멱조고개, 명지대 갈림길까지 이어지는 마루금에서는 총 18개의 송전탑이 있었다.

이 송전탑들은 평균 350m 간격으로 들어서 있다.

신정은(29·여) 인천녹색연합 간사는 "송전탑은 전력산업 기반시설로 국가 주요 시설이지만, 마루금 위에 있는 송전탑은 국가의 산림자원을 과도하게 훼손하는 시설이기도 하다"면서 "특히 송전탑이 들어선 주변에 공사할 때 사용하던 도로가 복구되지 않은 채 그대로 남아있는 곳들이 많아 홍수나 집중호우시 흙이 유실되기도 하고, 일부 사람들은 이런 도로를 이용하여 4륜 오토바이를 타며 레저스포츠를 즐겨 더욱더 훼손을 가속화하기도 한다"고 걱정했다.

■ 탐사일정 10월 13일:향린동산~할미성~작고개~석성산~멱조고개, 14일:멱조고개~부아산~하고개~명지대 갈림길

■ 한남정맥 시민탐사단 참가자:인천녹색연합 생태도시부 장정구(34) 국장·신정은(29·여) 간사, 굴포천살리기 시민모임 노현기(44·여) 회원, 숙박·레저잡지사 이종대(45) 편집부장, 인천대학교 물리학과 장영록(44) 교수, 경인일보 사회부 추성남 기자

■ 도움주신분: 이제학(57) '용인의 산수이야기'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