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 부정부패의 늪이 얼마나 깊고 넓은 지를 새삼 확인하게 하고 있다. 작년에 국제투명성기구가 발표한 2006년 국가청렴도에서 세계 146개국중에서 47위로 한국의 청렴도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어 더욱 씁쓸하지 않을 수 없다. 이제 우리 사회를 좀먹는 해악이자 망국의 근원인 부정부패에 대한 보다 구조적인 접근과 그 고리를 끊기 위해 강도 높은 실행이 요구된다.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도 '반부패'가 중요한 의제가 되는 것은 당연하다.
이러한 부정부패의 현실은 경기도도 예외는 아니다. 최근 골프장 건설과 관련해서 안성시장과 비서실장이 뇌물사건에 연루되고, 그 뇌물업체로부터 김문수 경기도지사도 후원금을 받아 구설수에 올라있다. 그리고 지난해 국가청렴위원회가 304개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2006년도 청렴도를 조사한 결과 경기도가 10점 만점에 7.23점으로 전국 16개 광역시·도 중 꼴찌하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이를 개선하고자 지난 6월 4일 공공, 의회, 교육, 정치, 경제, 시민사회 등 6대 부문 36개 기관단체장들이 모여 '경기투명사회협약'을 체결하였다. 비록 선언적인 수준이지만 경기투명사회협약은 오래된 관행으로 형성된 부패문화를 척결하여 경기도의 경쟁력을 강화하자는 데 뜻을 함께했다는 점과 협약체결 당사자가 협약의 주체로서 역할과 책임을 다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란 점에서 의의가 있다.
그러나 협약 체결 이후 5개월이 지난 지금 협약 이행이 한 발자국도 가지 못하고 지지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그 책임은 협약에 참여했던 각 부문의 실천력의 부족도 있지만 가장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할 공공부문인 경기도의 미온적 태도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
경기투명사회협약문 34조에는 '경기도투명사회협약실천협의회'를 구성하여 '협약체결 당사자들 간의 긴밀한 협력 체제를 유지하고 협약내용의 점검ㆍ평가ㆍ확산과 갱신을 통해 협약의 성실한 이행'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경기투명사회협약이 실천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실행기구가 필요하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 모두의 약속이었다. 그러나 경기도는 실천협의회 구성에 미온적이고 특히, 사무처 설치 등 조직운영에 아무런 대책도 없이 일관하고 있다. 시민사회와 일부 경제부문 등은 각 부문별 협약 이행상황 점검, 모니터링, 협약의 확산을 위해서 집행력을 담보할 수 있는 사무처 설치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고, 도의회도 지원조례 제정을 추진할 의지를 보이고 있다. 경기도만이 그냥 해보자는 식으로 비현실적인 논리를 들어 결국 각 부문 간의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공전하고 있는 상황이다.
모든 사회협약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협약에 참여한 주체들의 상호신뢰와 실천의지이다. 그러나 지금의 경기도의 모습은 신뢰도 의지도 박약하다고밖에 볼 수 없다. 그리고 단순히 경기도 감사관실의 입장이 아닌 경기도지사를 비롯한 정책결정권자들의 협약 이행에 대한 안일한 현실인식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고밖에 볼 수 없다. 이제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투명사회협약 이행과 실행력 담보를 위한 구체적인 계획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도민들에게 답해야 할 것이다.
현재 경기투명사회협약 이행에 대한 경기도의 전향적인 변화가 없이 계속해서 답보상태에 머문다면 시민사회는 물론 각 협약 참여주체들은 특단의 행동을 취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협약문에 서명하는 것만으로 부패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며 행동으로 실천하지 않는 협약은 있으나마나하다. 아니 오히려 부패를 지능화하고 합리화하는 빌미를 제공할 뿐이다. 따라서 경기도는 경기투명사회협약 체결이 정치적 이벤트나 쇼도 아니며 각 부문이 단순한 들러리도 아님을 명심하길 바란다. 분명한 것은 '부패한 사회에는 희망이 없다'라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