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대한 돈이 들어간 인천 세어도 어촌체험 마을 조성사업이 빛 좋은 개살구로 전락할 위기를 맞았다. 어촌체험마을엔 5억원을 들여 도시민들이 바다를 체험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춰놨지만, 정작 교통과 상수도 등 기본적인 인프라가 없어 개장한 후 단 한 명의 관광객도 찾지 않았기 때문이다.

숙원인 인근 거첨도 선착장 건설이 늦어지면서 이 곳 주민들은 배편으로 5분이면 갈 수 있는 거리를 1시간 가량 돌아가야 하는 불편을 겪고 있다. 경인일보는 세어도 어촌체험 마을을 찾아 주민들의 애환과 함께 체험 마을 조성상의 문제점을 살펴봤다. <편집자 주>

인천 송도 국제도시, 인천국제공항, 청라지구…. 개발 열풍이 인천을 거세게 몰아치고 있지만 인천도심 속 오지, 세어도는 예외였다.

 
 
  ▲ 세어도 해안가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도심과 인천국제공항을 연결하는 영종대교가 위치해 있다.  
지난 17일 오전 '발 없는 어촌체험 마을'(경인일보 15일자 1면 보도) 세어도를 가기 위해 강화 황산도로 향했다. 황산에서 하루에 한번 꼴로 운행되는 행정선을 타기 위해서다. 30여분 바닷길을 달리자 멀찌감치 영종대교를 배경으로 세어도가 한 눈에 들어왔다. 행정구역상 서구 원창동에 속하는 세어도는 총 면적 52만8천㎡의 작은 섬으로 지금은 20가구 40여명이 모여 살고 있다.

배에서 내리자 해안을 따라 빛바랜 슬래브 지붕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마을이 한 눈에 들어왔다. 마을 뒤편 해안 너머로 보이는 웅장한 영종대교의 모습과 이 마을의 빛바랜 슬래브 간판들이 대비되면서 이곳 세어도 주민들의 애환을 대변하는 듯했다. 마을 입구에 들어서자 한 노인이 자신의 집 지붕을 고치느라 여념이 없었다. 잠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냐고 노인에게 묻자 선뜻 사다리를 타고 내려와 자신의 집으로 안내했다. 대문도 없는 집 현관을 열자 바로 조그마한 마루가 나오고, 그 옆에 도심속에서 볼 수 없는 아궁이와 장작더미가 눈에 들어왔다. 집 천장은 사람 머리가 닿을 정도로 나지막했다.

이 곳에 혼자 들어와 산지 20여년 됐다는 최정선(65)씨는 "그래도 지난 3월 한전에서 전기를 넣어줘 TV를 마음껏 볼 수 있어 좋다"며 "전기가 들어오기 전에는 마을에서 자가발전기를 돌렸는데 전압이 들쑥날쑥해 TV나 냉장고를 사면 채 1년을 못쓰고 고장나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최씨의 말처럼 이 섬에 전기가 들어온지는 채 9개월이 되지 않았다. 그러나 아직까지 상수도가 들어오지 않아 빗물을 받아써야 하는 형편이다. 최씨는 자연스럽게 어촌 체험마을 이야기를 꺼냈다. "주민들의 사정도 이런 판인데 돈만 들여 어촌체험마을을 만들어 놓고 교통편과 상수도같은 기본 시설을 해 주지 않으니 주민들도 답답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최씨의 집을 나와 해안쪽으로 10쯤 가자 인근 텃밭에서 배추를 뽑고 있는 김종수(76)씨를 만날 수 있었다. 그는 "최근들어 주변 지역이 개발되고 주민들의 숙원사업인 선착장 사업도 보류되고 있어 생업인 어업도 접어야할 판"이라고 설명했다.

 
 
  ▲ 세어도 마을 입구에 어촌체험마을의 각종 시설물을 알리는 표지판이 서 있다. /김명호기자·boq79@kyeongin.com  
 
그도 어촌체험마을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김씨는 "어촌체험 마을 자체가 열악한 섬을 돕기 위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세어도 어촌체험마을은 시와 서구의 생색내기용"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어촌체험마을보다 더 시급한 것은 주민들의 교통편과 생업을 위한 물량장 확보"라고 했다.

세어도 하늘 위로 인근 인천국제공항에서 이륙한 비행기가 지나가고 있었지만 그 하늘아래 작은 섬 세어도는 아직 21세기에 접어들지 못한듯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