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맨 김경민(38)이 방송에서 보여준 뜨거운 눈물이 화제다. SBS 예능 프로그램 '이경규 김용만의 라인업'에서 활약중인 김경민은 17일 방송분에서 이 프로그램의 MC이자 절친한 친구사이인 김용만의 편지에 눈물을 쏟았다.

김경민과 고교시절부터 알고지낸 25년지기 김용만이 김경민에게 "살다 보니 세상 참 쉽지 않더라. 한때 삶을 포기하고 싶을 정도로 힘들었다는 너의 말, 친구로서 도와주지 못한 내가 어찌나 미안하던지…. 친구야 동트기 전이 가장 어둡다"며 김경민을 격려했다.

이에 김경민은 두 아이 이야기를 하며 "내가 몸이 아파서 우리 아이들이 15살까지만 살았으면 좋겠다"며 "제작진의 반대를 무릅쓰고 여기 있을 수 있게 해준 김용만과 라인업 멤버 모두에게 너무 고맙다"고 눈물을 쏟았다. 김경민은 5살된 아들과 6개월된 딸의 아버지이며 당뇨병으로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경민의 이런 사연이 방송을 통해 알려지자 시청자들은 "감동적이다"며 김경민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사실 김경민의 '라인업' 출연은 제작진에게 모험이었다. 이미 한 물 간듯 느껴지던 SBS 공채 1기 개그맨 김경민을 '무한도전'에 경쟁하는 프로그램에 패널로 출연시킨다는 것은 어떤 제작진도 쉽게 결정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친구 김용만의 도움으로 김경민은 '라인업'에 출연하게 된 김경민은 제작진의 우려를 불식시키듯 녹슬지 않은 재치로 프로그램에 재미를 더했다.

이같은 김경민의 재기는 우연이 아니다. 김경민과 올초 케이블 채널 ETN에서 '웃음천국 100%'라는 프로그램을 함께 한 경험이 있는 기자는 당시 김경민이 재기를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던 모습을 기억하고 있다.

출연료가 많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김경민은 당시 그 프로그램을 통해 재기의 발판을 닦기 위해 받는 돈 이상의 노력을 했다. 대본이 없이 100% 애드리브로만 진행되는 프로그램을 위해 김경민를 비롯한 최욱, 한재진 등 개그맨은 대본을 스스로 짜 오기도 했다.

또 스튜디어 개그에서 벗어나 야외에서 웃음을 주기도 했다. 당시 김경민은 대형 마트에서 무작위로 지저분한 차를 골라 세차해 주는 이벤트도 펼쳐 큰 호응을 얻었다. 또 MBC 앞에서 자신을 알리는 전단을 돌리기도 했다. 선배 개그맨으로서 후배들이 활발한 활동을 펼치는 방송국 앞에서 '지상파에서 활동하고 싶다'는 내용의 전단을 돌리는 것이 쉽지는 않았을 터. 아무리 프로그램의을 위한 웃음 코드라 해도 15년차 개그맨 김경민에게는 낯이 뜨거워질 일이었음이 분명했다. 그러나 김경민은 "더이상 갈데가 없다"며 이를 악물고 프로그램을 이끌었다.

'웃음천국 100%'는 SBS 공채 2기로 데뷔해 별 빛을 보지 못하고 있던 김구라를 일약 화제의 인물로 만든 '쏜데이 서울'의 권영찬 PD가 연출한 프로그램. 김경민은 김구라가 권 PD와 함께 해 유명세를 얻게 됐듯 자신도 재기할 수 있을 것이란 믿음으로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다. 그의 이런 노력 때문이었을까. '웃음천국 100%'는 케이블 업계에서 조금씩 반향을 불러일으키며 화제 몰이를 했다. 김경민의 '막장 애드리브'도 시청자들에게 큰 웃음을 줬다.

이렇게 노력을 했기 때문에 지난 4월 이 프로그램이 방송국 내부 사정으로 3개월여만에 막을 내렸을 때 김경민의 실망은 대단했다. 그는 이 프로그램 이후 KBS '가족 오락관' 등에 가끔 얼굴을 내밀었을 뿐, 제대로된 방송 활동을 하지 못했다. 둘째가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기에 겪은 이같은 시련이 그에게 생활고를 가중시켰을 것임이 분명했다.

그랬던 그가 '라인업'에 투입된 것이다. 방송활동에 대한 갈증과 재기에 대한 열정, 가장으로서의 책임감으로 똘똘뭉친 그가 와신상담 끝에 출연하게 된 지상파 프로그램에 모든 열정을 쏟는 것은 당연했다.

그는 "일단 김구라를 공략하라"는 제작진의 요구에 충실히 따르면서도 평소 갈고 닦은 애드리브를 충실히 활동했다. 그의 '막장 개그'는 생계형 리얼버라이어티를 표방하는 '라인업'에서 톡톡히 빛을 발했다.

최근 '라인업' 출연진들은 최근 십시일반으로 돈을 모아 그에게 150만원을 전달했다. 몇 십만 원의 돈이 절실했던 그를 위해 동료들이 나선 것이다. 김경민은 그 돈을 또 쪼개서 더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주는데 쓰겠다고 했다.

김경민이 케이블 TV 등에만 출연하며 경제적 어려움을 겪던 시절,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데 내가 유명하지 않아서인지 기업체들이 잘 도와주지 않는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던 모습을 기억하는 기자는 150만원의 돈을 쪼개 불우이웃을 돕겠다는 그의 생각에 고개그 끄덕여졌다. 김경민의 재기가 더 아름다운 것은 그의 이런 마음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