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전시를 돌이켜보면 그 평가가 곱지만은 않았다. 굳이 여성주의미술을 표방하는 이유가 약할 뿐 아니라, 그마저도 여성주의미술로 범주화하기 어려운 상당수의 출품작들로 인해 전시의 성격이나 주제의식이 모호했다는 중론이었다. 이번 전시는 비록 세계여성미술 혹은 여성주의미술의 전모를 개괄하는 본격적이고, 규모가 큰 전시로는 역부족이나 작년 전시에서의 의구심을 잠재우기에는 충분할 만큼 일신한 면모를 확인시켜주고 있다.
등을 보이며 웅크리고 있는 목이 없는 군상을 통해 현대인의 소외와 집단무의식을 표현한 막달레나 아바카노비치, 내면의 상처를 회피하는 대신 직시하는 과정을 통해 상처를 치유하는 루이스 부르주아, 내면의 광기를 환상적인 버전으로 풀어낸 쿠사마 야요이, 여성성을 놀이 또는 유희와 결합시킨 니키드생팔, 자기연출사진의 신디 셔먼, 이미지와 텍스트가 결합된 반어법적인 화법으로 여성의 성적 정체성을 풀어낸 바바라 크루거, 권력화한 언어의 폭력에 그대로 노출된 여성을 소재로 한 쉬린 네샤트, 폐기된 기성품에 새 생명을 불어넣은 조숙진, 개념미술의 차학경, 디아스포라(이주)의 민영순 등 여성주의와 유관하거나 무관한 주제의식의 다양한 지점들을 만날 수 있었다.
이와 함께 널리 알려진 여성주의 작가들뿐만 아니라, 비교적 덜 알려진 작가들을 발굴하고 초대전시한 것은 이번 전시의 주요한 성과라 할 수 있다. 이 작가들 중에서는 종전의 여성주의미술의 범주를 넘어서는, 여성주의미술 이후를 점치게 하는 경우도 있었는데 이 역시 주목해볼 부분이다. 또한 특별전 중 한 전시를 외국의 전문 큐레이터가 전담했는데, 이 경우에 대해서는 차후의 전시에서도 더 확대되어져야 할 것이다.
이번 전시의 주제는 '문을 두드리다'이다. 이 주제는 그 이면에서 타자와의 소통에 대한 욕구를 암시하며, 여기서의 문은 경계의 또 다른 한 표현으로서 읽힌다. 문을 닫음으로써 여성의 성적 정체성을 강조하는 한편, 문을 두드리고 여는 과정을 통해서는 그 정체성을 넘어 타자와의 소통을 꾀하는 것이다. 세계 최초의 여성미술비엔날레를 표방한 본 전시는 비엔날레의 특화와 관련하여 중요한 의미를 시사해주고 있다. 앞으로 국내를 넘어 세계를 아우르고 세계와 소통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