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계 권위자의 전유물이었던 도감을 환경단체가 제작하여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대한민국환경영상협회(대표·이종원 교수)가 17일 '남북희귀조류도감'을 펴냈다. 이 책은 남북한 생태사진가가 공동으로 참여함으로써 남북교류에 획기적 선례를 만들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총 203종의 조류(사진 583장, 세밀화 23장)가 담겨져 있는데, 그 중 24종은 통일부의 승인을 받아 북한측 생태학자, 사진가들의 협조를 받았다. 도감의 내용은 3개 장르로 나누어 물가에 사는 새 90종, 맹금류 19종, 숲에 사는 새 94종으로 분류 수록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새와 교감할 수 있도록 제작한 것이 특징이다.

▲ 왼쪽부터 황새, 삼광조
특히 정확한 검색을 위해 새의 정면, 측면, 후면을 비롯하여 알과 어린새, 양육 과정 등을 다양하게 수록하고 외형적 크기의 순서, 색깔과 시각적 동질성, 유사한 새 이름과의 비교, 자생 지역의 공통성 등을 우선하여 편집한 점이 돋보인다. 또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전문용어 대신 우리말로 설명된 점, 남한에서 부르는 새 이름과 다르게 부르는 북한의 새 이름을 별도 표기함으로써 남북 동질성 회복에도 관심을 기울인 것도 이 책의 미덕이다.

한편 외국에서 인기있는 도감은 거의가 취미 동인들이 만드는 것인데 비해, 우리나라의 도감은 학계의 전유물이었던 것이 사실. 이 책은 다수의 '마니아'가 만든 우리나라 첫 도감인 셈이다. 대한민국환경영상협회는 "지난 1999년 창립 이후 전국환경사진공모전을 통하여 한 권의 도감으로 엮고도 남을 만큼 충분한 자료를 축적하기에 이르러 자료를 하나하나 정리해 나가는 과정에서 길이 보이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종원 대표는 "이 도감이 기존 도감과 다른 점은 사진작가들에 의해 제작된 작품이기에 사실성과 예술성을 더하였다는 점"이라며 "여기에 경기도의 후원과 통일부의 지원으로 북한에 자생하는 희귀조류 자료를 제공받아 함께 싣게 된 것은 남북 협력의 작은 성과"라고 자랑스러워했다.

그는 또 "남북교류와 더불어 보통사람들이 만드는 도감의 시작이라는 역사적인 금단의 문을 우리 경기도의 비정부 민간환경단체가 열수 있도록 후원해 주신 경기도 공직자 여러분과 90명의 남북한 참여작가의 노고에 감사드린다"며 "자연을 사랑하는 후세들에게 자연보호 정신을 길러주는 지침서로 쓰일 수 있도록 계속 정진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