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는 1가족 1자녀 가정의 아이가 초등학교를 입학해 기숙사로 들어가면 부모들은 젊어서 자식을 빼앗기는 박탈감과 허전함에 상당기간 견디기 힘들다고 한다.

필자는 지난 13일부터 20일까지 경기도 청소년활동진흥센터 주관으로 공모한 도내 중·고·대학생 등 37명의 경기도 청소년문화교류단과 함께 중국을 방문해 광둥성 중산시 소재 중산화교중학교에서 1박2일간 체험 교육 중 매주 요일을 정해 부모와 학생이 만나는 날을 마침 경험하게 됐다.

이날은 음식과 옷을 바리바리 싸들고 와서 구내식당에서 자식이 식사하는 모습을 한없이 바라보는 부모의 모습, 식사가 끝나고 헤어짐이 아쉬운지 엄마의 팔짱을 거의 포옹하다시피 끼고 식당 쪽에서 교문 쪽으로 걸어가는 모녀의 뒷모습을 보곤 한편 서글프기도 하고 한편 아름다워 보이기도 했다.

부유하게 살면서도 우리 학생들처럼 자유로운 외국 체험활동이 수업시간으로 인정되지 않으며 가려면 반드시 상부의 승인을 받아야 가능하다고 한다.

중산화교중학교는 우리로 말하면 고등학교다. 초·중·고생 6천명 규모로 전원 기숙사 생활을 하고 있으며 거의 전 졸업생이 대학에 입학하는 1급 중학교로 명문대 입학이 목표인 우리의 교육현실과 너무 흡사하여 청소년들의 행태를 자연스럽게 비교해 볼 수 있었다.

첫째, 학생들의 자율, 자립심을 키우고 수업에 열중하며 사교육의 문제가 없다는 점이다. 학생들은 중국 화폐로 월 200위안(한화 2만7천원 상당)이면 숙식과 학교수업을 모두 받게 된다. 또한 공부는 교실, 기숙사에는 책상이 없고 편안하게 잘 수 있도록 저녁 10시30분에 전체 일괄 소등을 한다고 한다. 그러니 교실 책상 위에 교과서 등이 수북이 쌓여 있었으며 수업시간에 조는 학생은 없었다.

학생들의 일과를 살펴보면 오전 9시 수업시작, 12시 점심시간, 오후 2시까지 오침, 오후 2시30분에 수업 시작, 오후 6시 수업종료 및 저녁식사, 저녁 10시까지 교실에서 자율학습 후 10시30분 취침시간으로 하루를 보낸다.

철저한 공동 숙식생활과 식사를 위한 본인 식기관리, 식기세척과 교복 세탁 등 모든 것을 본인 스스로 챙기다 보니 자연스럽게 자율과 자립심, 공중도덕 의식이 함양되고 있었다.

둘째, 휴대전화 사용불가로 수업집중은 물론 교사의 잘못된 행위를 동영상으로 촬영해 사이버 공간에 올리는 일은 있을 수 없는 등 교사의 권위가 유지돼 교사들도 자긍심을 갖고 학생들과 함께 하는 것이 부러워 보였다.

셋째, 정갈하고 규칙적인 식생활과 적당한 운동으로 비만 학생이 없었다. 쌀밥과 맵거나 질기지 않은 야채를 삶거나 끓인 것과 육류 볶은 것 등을 반찬 통이 구분되지 않은 도시락 또는 그릇에 담아 식사를 한다. 저녁식사 후에는 규칙적으로 운동장과 체육관, 교정 등에서 적당한 운동을 해 비만 학생은 찾아볼 수 없었으며 얼굴 또한 깨끗하고 말끔했다.

넷째, 학교 시설과 장비는 우리보다 떨어지지만 모든 교정이 깨끗하고 조경이 잘 되어 있었다. 또한 도서실에 책도 학생 1명당 45권을 확보해야 한다고 자랑이다.

필자는 교육전문가도 아닌 청소년 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으로, 학부모 입장에서 향후 진로 결정과 제대로 된 인간으로 커가는 중요한 시기인 중국 고등학교 학생들의 생활을 보고 어느 것이 옳은지 명확히 판단하기는 어려웠으나 과연 우리 청소년들의 현실은 어떤지? 부모된 입장에서 제대로 해왔는지? 앞으로 어떻게 해야 옳은 일인지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이제라도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이고 버릴 것은 하루라도 빨리 버리는 것, 그것이 중산화교중학교 건물에도 붙어 있고 우리도 늘 교육을 말하면서 외치는 '百年大計'를 제대로 실천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

/이규주(경기도 청소년과 청소년시설담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