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내일은 없는 사람들처럼 상대방을 공격하기에 여념이 없다. 결과는 두고 봐야 하겠지만 정치만큼 인간의 본성이 극명하게 드러나는 곳도 없다. 사업 세계에 몸을 담고 있는 동안 수주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경쟁사의 모함과 루머 등이 판을 치는 것을 경험한 적도 있지만, 정치판은 이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보인다.
권력이란 나누어 갖기 힘들기 때문에 그들이 모두 필사적인 이유가 어느정도 이해가 가기도 하지만 근래에는 도를 넘어서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한 쪽은 보고 싶은 것만을 집요하게 보고 싶어 한다. 누군가의 이야기처럼 '인간은 보고 싶은 것만을 보는 존재이다'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 경우이다. 실체적인 진실이 무엇이건 한 쪽 진영의 눈에는 다른 진영의 주의·주장이 안중에도 없다. 그들에게 상대방은 비도덕적이고 은폐의 주범으로 밖에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어떤 주의·주장을 펴고 어떻게 행동하든지 간에 결정권은 유권자들이 쥐고 있다. 이번 대선에서 유권자들의 마음속에 어떤 판단 기준이 작용하게 될지 차분하게 두고 볼 일이다. 투표장의 결과물이 그 모습을 드러낼 때 향후 5년 그리고 10년 동안 대한민국을 이끌 정치세력의 모습이 드러나게 될 것이다.
나는 정치를 하는 사람들이 어떤 주의·주장을 펼치더라도 유권자들이 바람이나 소문에 휘말리지 않고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설령 대선이 끝나더라도 특검법으로 2월의 대통령 취임까지 시끄러움을 면할 수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곧바로 4월은 총선이 기다리고 있다. 이번 선거의 결과는 4월의 총선 때까지 격렬한 소용돌이 속에 빠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대선이 끝나더라도 상당 기간 동안 주도권을 쥐려는 여권과 야권의 충돌은 정국의 안정뿐만 아니라 경제의 활성화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지 않을지 걱정스럽다.
지난 미국의 대통령 선거전에서 정말 간발의 차이로 엘 고어 민주당 후보가 조지 W 부시 대통령에게 패배를 했다. 빠른 시간 안에 깔끔하게 승복하는 엘 고어 후보는 미국의 혼란한 정치 상황을 극복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그 때 필자는 이런 상황이 만일 우리나라에서 일어나게 되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라는 의문을 가졌던 적이 있다.
경쟁의 결과에 대한 승복은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다. 우리의 길지 않은 정치사에는 경선과 같은 활동을 통해서 패배한 후보들이 룰을 깨뜨리고 이런 저런 명분을 걸고 자신의 사익을 추구하는 경우를 얼마든지 보아 왔기 때문이다. 이번 대선도 크게 예외는 아니다.
미국의 경우 페어 플레이와 승부에 대한 승복은 학창 시절 팀 스포츠를 통해서 반복적으로 학습된다. 축구, 농구, 야구 등을 통해서 아이들은 끊임없이 경쟁하지만 그들은 승부라는 것은 이길 수도 있고 질 수도 있으며, 지는 경우에도 깨끗하게 승복하는 것을 배우면서 자라게 된다. 우리는 그런 경험들이 별로 없다. 어떤 수단과 방법을 다해서라도 이겨야 한다. 그리고 패배했을때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서 배운 적도 경험해 본 적도 거의 없다.
이번 선거가 어떻게 결정되든지 간에 승리한 쪽은 관용과 화합을, 패배한 쪽은 승복을 보이기를 바란다. 그리고 선거 이후에 더 잘 사는 나라라는 공동의 목표를 향해서 나아가기를 소망한다. 그렇지 않고 분열과 갈등을 증폭시킴으로써 개인이나 당파의 이익을 확보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이는 반드시 국민에 의해 제어되어야 한다.
정치인들이 '관용'과 '승복'의 두 단어를 꼭 실천해 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