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공천 시기를 둘러싼 한나라당 내부 갈등이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 측과 박근혜 전 대표 측간 충돌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공천 시기에 대한 언급을 자제해온 이 당선인이 1일 KBS 신년대담을 통해 대통령 취임일(2월25일) 이후 공천자 확정 작업에 착수해야 한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히자 다음날인 2일 박 전 대표가 직접 나서 "다른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고 공개적으로 반박하면서 일촉즉발의 위기감마저 돌고 있다.
친이(親李)-친박(親朴) 인사들간 물밑 신경전이 당초 예상보다 빠르게 양측간 대립으로 표면화되고 있는 것.
이 당선인은 대담에서 "정부조직법도 바꿔야 하고 각료들에 대한 인사청문회도 해야 하는데 그 기간에 공천하는 문제와 겹쳐버리면 국회가 안 된다. 공천이 안 되겠다는 국회의원이 거기(국회)에 나와서 일을 하겠느냐"고 말했다.
이는 정부조직법 개정과 총리 인준 등 새정부 안착을 위한 필수적 과업들이 당내 공천으로 덜미를 잡혀서는 안된다는 강한 의지의 표명인 셈. 이 당선자의 한 핵심측근은 "공천에서 탈락한 사람들이 당의 대오에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줄 수 있겠느냐. 오히려 반대세력으로 돌 가능성이 크다"고 말해, 이 당선자의 의중을 대변했다.
그러자 이날 자신의 정치적 기반인 대구에 내려간 박 전 대표는 이 당선인과 그 측근들을 향해 작심한 듯 비판을 쏟아놓았다. 짧고 함축적인 언어로 정치 상황을 정리하던 평소 그의 화법과는 사뭇 달랐다.
박 전 대표는 대구.경북 지역 당 신년하례회 참석에 앞서 이 당선인의 공천 시기 발언에 대한 생각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석연찮은 이유로 당에서 가장 중요한 공천을 그렇게 뒤로 미룬다는 것은 다른 의도가 있는 것 아닌가"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당헌.당규도 소용없고 승자 측에서 마음대로 하는 게 법이 된다는 얘기 아니겠느냐"고도 했다.
그는 이 당선인과의 회동을 거론하면서 "당선인이 (회동에서 공천 시기를) 분명히 늦추지 않겠다고 말했는데 보도가 달리 나오는 것은 참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라며 불쾌한 감정도 감추지 않았다.
박 전 대표는 강재섭 대표에 대해서도 의혹의 눈길을 보냈다. 이날 최고위원.중진 연석회의에서 강 대표가 늦어도 총선 한 달 전까지 단계적으로 공천을 완료하는 방안을 제시한 데 대해 "선거운동 시작을 보름 남겨놓고 발표한다...굉장히 의도가 있는 일이라고 생각된다"고 지적했다.
강 대표가 이 당선인과의 교감 속에 공천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깔려 있는 것으로 해석됐다.
강 대표가 1월 중순 발족시키겠다고 한 총선기획단장을 이 당선인의 핵심측근인 이방호 사무총장이 맡게되는 것 역시 박 전 대표 측에선 예사롭지 않게 보고 있다.
이 같은 박 전 대표의 반응에 대해 이 당선인 측은 최대한 원론적인 입장만 밝히면서 조심스러워하고 있다. `무대응' 전략인 셈이다.
이 당선인의 주호영 대변인은 박 전 대표의 언급에 대한 직접적 논평은 자제한 채 "우리 입장은 일관된 것이다. 오늘 강재섭 대표가 한 말이 정답"이라고 말했다. 당 지도부에 공천을 일임하겠다는 의미이지만 어쨌든 `3월중 공천'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핵심측근인 이방호 사무총장은 "국무총리 등 내각 인사청문회를 위해 2월 임시국회의 안정적 운영이 필요하고 신당과 `이회창당'의 공천 상황도 봐가면서 전략적으로 공천하려는 것일뿐 특별한 의도는 없다"면서 "1월말 공심위를 구성하면 3월 초순까지는 공천을 완료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친박 의원들은 이 당선인이 박 전 대표의 문제 제기에 화답하지 않을 경우 `집단행동'도 불사하겠다며 정면 대결을 준비중이다.
이처럼 양측 모두 각자 입장을 고수하는 만큼 대선후보 경선 당시의 극한 대립이 재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박 전 대표의 핵심 측근은 "당선자 측에서 마음을 고쳐먹지 않으면 안 좋은 상황으로 갈 것 같다"면서 "취임일인 2월25일까지 손놓고 기다릴 수 없다. 집단행동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당권, 대권이 분리돼 있는데 당선인이 그런 식으로 (공천시기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공천작업을 늦추는 것은 결국 이 당선인의 핵심그룹에서 비밀 작업을 통해 공천자를 내정하겠다는 것으로 `밀실공천'을 한다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익명을 요구한 다른 측근도 "이 당선인의 언급은 결국 공천 작업을 다른 곳에서 한다는 말로 해석된다"며 "결국 당내에서 밀실공천 문제가 불거질 수밖에 없다. 계속 모른 척 한다면 우리도 살 길을 개척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 '공천시기' 놓고 충돌양상
李 '취임후 공천' 거론에 朴 "다른 의도 있는 것 아니냐"
입력 2008-01-02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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