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년수목 백년수인(十年樹木 百年樹人).

중국 전국시대 제자백가의 논문집인 관자(管子) 권수(權修)편에 나오는 '10년을 내다보며 나무를 심고, 100년을 내다보며 사람을 심는다'는 말로 교육을 염려하는 사람들이 자주 인용하는 구절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언론을 통해 전해 듣는 대통령 당선자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교육감 당선자들의 교육에 대한 정책 방향은 때론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

'학교교육의 질을 획기적으로 높여 사교육을 반으로 줄이고 교육으로 가난의 대물림을 끊는 사회를 만들겠다'.

이명박 정부의 이 공약 속엔 첫번째 심각한 착각이 있다.

공교육의 수준을 수요자 눈높이에 맞추기엔 학교현장 상황이 그렇게 녹록지 못할 뿐 아니라 사교육 열풍은 공교육의 수준을 높인다고 해도 해결되지 않는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교육열이 아직 지배하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아울러 가난이란 현실을 교육으로 해결하려는 것은 이제 교육이 물질적인 풍요를 위한 수단이 되지 않아도 되는 국민소득 2만달러 국가라는 사실을 잠시 착각한 미래지향적이지 못한 매우 위험한 선입견이다.

이와 함께 국민투표로 당선된 임기직 위정자들의 또 하나의 교육에 대한 심각한 착각은 영어교육에 대한 집착이다.

물론 글로벌 경쟁사회에서 외국어는 당연히 필요한 수단일 것이다. 그러나 지난 20여년간 수출강국으로 우뚝 서고 자유무역경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많은 이들이 영어를 통해 혜택을 입었을지 모르지만 우리 아이들이 주역이 될 30, 40년 후에도 외국어는 그냥 외국어라는 삶의 도구일 뿐이란 사실을 내다보지 못한 채 현재의 수요에 끌려가고 있는 것이다.

지금의 기술력 추세라면 얼마후엔 전세계 언어를 DMB위성을 통해 동시통역을 해주는 외국어보청기(?)가 나올 수도 있지 않을까.

이맘때쯤 각급 학교현장에선 2007년의 학교교육과정 운영에 대한 다각적인 반성과 함께 2008학년도 방향 수립을 위한 학교교육과정 편성위원회 활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진다.

공교육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할 수 있는 단위학교 교육과정은 학생, 학부모, 교직원들의 의견수렴과 각종 여건 등의 실태조사를 거친 후 우리 학생들이 주역이 될 시기를 고려한 미래 지향적인 운영계획을 추구하고 있다. 따라서 적어도 30, 40년 후 나타날 시대적 상황에 지혜롭고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인간을 키우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정책적으론 단위학교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권장하고 있다고 하지만 먼저 7차교육과정의 기본정신과 방향을 토대로 교육인적자원부와 각 시도교육청 및 지역교육청에서 쏟아지는 최근 교육과정 운영 기본계획을 존중하지 않을 수 없는 형편이다.

더하여 올해에는 이미 발표된 교육부의 계획과는 별도로 새로 출범하는 정부의 교육정책 방향을 우선 살펴야 하는 또 하나의 과제를 안고 있다.

이렇게 민선자치시대의 국민대표들이 마구잡이로 내놓는 수요자들의 입맛에만 맞춘 즉흥 행정이나 땜질식 처방이 계속해서 시행착오를 일으키면서 단위학교 교육과정을 무색하게 만들고 많은 학부모와 학생들을 혼돈에 빠뜨리고 있다. 또한 교육현장의 근간을 흔드는 인사행정은 조직력을 흔들고 있어 교직원이 학교를 제대로 지키지 않고 선생님이 제자들과 따뜻하게 대화할 시간조차 갖지 못하게 해 교육기관이 제구실을 못하는 싸늘한 현실을 만들고 말았다.

논어 학이(學而)편의 '배우고 때로 익히면 기쁘지 아니한가'라는 공자의 말이나 우리나라 교육기본법 제2조에서 강조한 것처럼 필요 적절한 내용을 즐겁게 배우고 익혀서 먼저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고' 더 나아가 '민주국가의 발전과 인류공영의 이상을 실현하는 데에 이바지'할 수 있는 것이 교육의 최상이라고 본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5년밖에 내다보지 못하고 쏟아내는 교육정책으로 뜨거운 열기의 교육지옥에서 아직도 헤매고 있다.

/이철규(경기도창의성교육연구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