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 함께 한 당선축하 자리에서 "5년은 금방 간다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다. 괜히 폼 잡다가 망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존경받는 대통령으로 남으려면 가족들이 근신해야 한다며 친인척의 정치 불개입을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으쓱거리고 뽐내는 티를 짐짓 겉으로 드러낼 때 우리는 폼을 잡는다고 말한다. 폼은 본디 영어다. 사람이 취하는 몸의 형태나 자세를 일컫는다. 이 당선자는 폼 잡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당선자로서 첫 일정으로 국립현충원을 참배하여 '국민을 잘 섬기겠습니다. 국민에게 희망을 드리겠습니다'라고 방명록에 적었다. 봉사자로서 국민을 두려워하는 마음자세로 국정에 임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은 이와 일맥상통한다.
이 당선자 주변에는 새로운 권력의 주역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로부터 시작되어 대통령 취임 전에 첫 조각(組閣)에 실세들이 대거 등장하게 될 것이다. 문제는 소위 핵심 인맥들이 권력을 쥐는 데만 마음 두지 말고 이 당선자의 철학을 따라 줘야 한다. 국민들의 눈에 '폼을 잡거나 폼을 재고' 다니는 모습이 비쳐져서는 안 된다. 말고삐를 잡으면 말 타고 싶다. 시간이 흐르면 긴장감이 느슨해지고 정신상태도 해이해진다. 우리 주위에 그러한 사례는 부지기수였다. 그런 과오를 범하지 아니하려면 처음의 긴장감을 마지막까지 지속할 수 있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이 당선자에겐 '가신'이나 '계보'가 없다. 이념을 내세우고 줄 세우기에 골몰하는 '여의도 정치판'과는 사뭇 다르다. 권부를 기웃거리며 거들먹거리는 사람들은 처음부터 떨쳐내야 한다. 이 당선자의 인맥과 정책에 관심을 갖게 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솔선수범하는 지도층이 사회변화를 이끄는 힘이 된다. 사회 전체에 퍼져 있는 섬세한 권력의 그물-그것은 덫이 아니다. 권력은 국민이 위임한 것이다. 생물이 존재하는 곳에는 권력에 대한 욕구가 있다. 죽어서도 못 놓는 것이 권력이 아닌가. 국민에게 낮은 자세로 봉사하겠다고 이 당선자는 밝혔다.
이 당선자를 보좌하는 이들은 외부로부터의 강요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갈고 닦으려는 자각적인 노력에 의해 가다듬어져야 한다. 그런 다짐이 없는 사람은 결코 '이명박 정부'에 동승해서는 안 된다.
헤쳐가야 할 과제는 산적하다. 민생의 안정이야말로 정치의 요체다. 국민의 마음이 편한 것이 바로 약이다. 그 밖에 더 좋은 처방은 없다. 이 당선자에게 거는 이 기대감, 이 희망이 이어가도록 해야 한다. 역사는 반복된다. 영원하리라던 권력도 언젠가는 소리 없이 물러간다. 첫 단추가 중요하다. 폼 잡다가는 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