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문자(인천여성노동자회 회장)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1월16일 현행 18부 4처인 중앙행정조직을 13부 2처로 축소 조정하는 내용의 정부 조직개편안을 확정했다.

17대 대통령 선거 당시 우리나라 절반의 여성유권자들은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여성가족부 존치' 약속을 굳게 믿은 바 있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은 "여성가족부의 기능 이행은 저출산·고령화, 사회적 양극화의 심화, 가족의 변화 등에 따른 사회적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성평등·가족관련 부처의 존재가 필수적"이라고 밝혔으며 "여성에 대한 인권보호를 위해 양성평등에 대한 전담부서의 기능강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런데 당선되자마자 1개월 만에 여성유권자들과의 약속을 저버리고 여성가족부를 통폐합하는 것은 우리나라 여성정책을 뒤로 돌리는 역사적 퇴보이다.

여성가족부의 존치로 성평등 정책을 강화해야 한다

2001년 가정, 직장, 사회 전 분야에 뿌리 깊게 남아있는 성차별 문제를 해소하고 남녀평등사회를 실현하기 위한 전담부처로 여성부가 신설되었다.

한국의 여성가족부는 '성평등 가치 실현'을 국가의 중요한 책무로 여기고, 성차별 해소 방안을 제도적으로 구체화시켰다는 점에서 세계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아왔다. 실제 여성부가 신설된 후 호주제가 폐지되고 성매매방지법이 제정되는 등 여성인권이 향상되었고, 보육업무 이관으로 보육정책과 재정의 비중이 높아지기도 했다.

스웨덴, 뉴질랜드, 독일, 캐나다 등 여성관련 국제지수가 상위 50%에 속한 국가 13개국 중 10개의 국가들에서 여성기구들이 독립적인 부처의 형태를 가지고 있다.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성평등 정책을 국가의 주요 정책으로 삼고 있는데 이러한 세계적인 추세를 역행하는 여성가족부 통폐합에 반대한다.

여성 가구주 증가와 여성의 비정규직화로 인한 빈곤의 여성화는 갈수록 심해지고 있고 저출산과 고령화, 가족해체로 이전에 가정에서 담당하던 돌봄노동에 공백이 생겨 사회가 돌봄노동을 책임져야 하는 현실이다. 또한 우리사회에 뿌리 깊게 박힌 성차별과 일상화된 불평등 구조는 쉽게 개선되지 않은 채 많은 여성들이 사회 취약계층으로 전락하고 있다.

따라서 빈곤의 여성화를 예방하고 성불평등 구조를 근본적으로 전환하고, 남성중심의 잘못된 질서를 바로잡아 남성과 여성이 함께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정책이 힘 있게 추진되기 위해서 여성가족부는 존치되어야 한다.

여성가족부를 보건복지부로 통합하는 것은 역사의 후퇴이다

여성가족부 탄생 이전의 우리나라 여성정책은 복지부의 잔여복지 개념으로 여성들을 부녀자 취급하면서 구호대상으로 여기는 정책이었다. 이러한 잔여복지 차원의 부녀정책을 발전시켜 여성가족부를 탄생시켰는데 여성가족부를 보건복지부로 통폐합한다는 것은 그동안 발전시켜 온 여성정책의 후퇴를 의미한다.

여성가족부를 통폐합하겠다는 것은 사실상 성평등 정책을 포기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성평등 정책은 여성정책에 대해 독자적이고 총괄적인 기능을 가지고 있는 여성가족부에서 추진하는 것이 마땅하다.

세계적으로 비교해 봤을 때 한국여성의 지위는 아직도 하위권에 속한다. 오히려 2007년 여성권한척도(GEM) 순위는 2006년 보다 11계단 하락한 64위를 차지했다.

이처럼 여성의 열악한 권한과 지위에 비추어 보았을 때, 성평등 정책 추진 전담부서를 보건복지부로 통폐합하는 것은 실질적으로 성평등 정책을 총괄할 수 있는 추진체계가 사라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