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후 '국방부 매향리사격장 주민 공개설명회'가 열린 화성시 우정읍 매향리 주민대책위원회 사무실 광장. 녹슨 포탄더미가 가득한 가운데 주민들과 지역 NGO들의 '반환기지 환경치유 재협상' 요구집회로 설명회가 시작됐다. 한 주민이 쥐어든 피켓속 'Clean up your mess at 매향리'란 문구는 미군과의 고단했던 투쟁 과정을 여실히 보여줬다.
이에 익숙한듯 국방부와 환경관리공단, 대학 교수들은 매향리내 환경오염실태 공개를 진행했다. SOFA 규정과 한·미 환경분과위원회를 통해 '표준절차'를 준수했다는 국방부의 친절한 설명과 함께 'Compound area'와 정비창, 관제탑 주변 토지에 대한 오염실태, 수십년간 사격이 이뤄진 농섬과 인근 곡섬 주변 중금속 현황, 갯벌내 독성 여부 등에 대한 연구결과가 1시간동안 계속됐다.
"토양오염이 6천960㎡에 달하는 가운데 Compound area내 유류탱크 등을 중심으로 납과 구리, 니켈, 아연 등이 지하 1~2에서 다량 추출됐고, 농섬과 곡섬 등 3개 표적지 인근에서 납과 카드뮴, 구리 등이 잔존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갯벌에도 카드뮴과 구리가 생물들의 만성 독성에 영향을 끼치는 중입니다."
하지만 주민들은 어려운 수치는 뒤로 한채 기다렸다는듯 반발섞인 질문을 쏟아냈다. "조사에 드러나지 않은 매몰탄 등은 어떻게?", "향후 주민참여 보장은?", "중금속이 있다는데 어패류 오염에 따른 피해 대책은?" 등등 쉴새없이 터져나왔고 국방부 환경조사팀은 "대부분 수용하겠다"며 진땀을 흘렸다.
사정이 이렇자 기자들은 직접 갈대밭 속 철조망길을 달려 기지를 둘러봤다. 2005년 8월 미군이 떠난지 벌써 3년이 흘렀지만 기지는 유리창 하나 깨지지 않은채 깨끗했다. 유류탱크 인근 땅 속에 묻힌 오염물질은 전혀 확인할 길이 없었고, 다시 수㎞를 달려간 농섬에서도 얼어붙은 바다와 비릿한 내음만 전해올뿐 '격렬한 사격장' 흔적 및 중금속은 이미 바닷속에 묻힌 채였다.
국방부는 오는 5월말까지 매향리 활용 계획을 정부와 미군에 보고, 6월 실시설계 후 7월부터 정화사업에 착공하는 등 모두 2년6개월동안 치유작업을 마친 뒤 고스란히 화성시에 인도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주민들의 의구심은 농섬내 질퍽한 갯벌속 장화만큼이나 깊게 배었다. "바닷속 몇까지가 오염지역이라는데 자기들이 직접 선 한번 그어보라고 그래, 그럼 우리도 결과 인정할거요". 그들의 손은 여전히 갯벌 속 포탄을 가리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