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공평한 기회 부여.'
이는 법 집행의 요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올 해부터 시행되는 국민참여재판도 누구에게나 같은 조건으로 열려 있어야 한다.

그러나 현 제도 아래서의 국민참여재판은 그 '형식'에만 매인 나머지 '공평함'이란 실질을 담보하지 못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우리의 국민참여재판제도가 일부를 본뜬 독일 '참심제'의 전문가로 통하는 인하대 원혜욱 교수는 "누구나 재판을 받고 억울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도록 해야 하는데, 국민참여재판은 너무나 많은 허점을 갖고 있다"면서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진정한 의미의 사법 서비스 확대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을 지적했다.

변호인 사회에 경쟁 시스템이 갖춰져 서로 서비스 경쟁에 나서고, 수임료도 비싸지 않으면서 최선을 다해 맡은 사건을 변호하는 풍토가 전제돼야 한다는 얘기다.

현재의 '국선변호인 제도'가 고쳐지지 않고서는 국민참여재판이 실질적인 성과를 내기는 어렵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국민참여재판은 강력사건이나 살인 등 '중요 사건'에 국한되고, 그 사건 피고인이나 변호인의 신청에 의해서만 이뤄지게 돼 있다. 문제는 이들 강력·살인 사건 재판의 경우 국선변호인이 선임되는 일이 많다는 데 있다. 높은 형량이 예상되는 중요 사건 재판은 변호인이 입회하지 않으면 개정할 수 없도록 돼 있는 '필요적 변호사건'이다.

국선변호인 상당수가 사선 변호인에 비해 '열정'이 떨어진다는 게 일반적 평가다. 수임료의 차이 때문이다. 변호사회나 법원 모두 공식적인 자료는 내놓지 않고 있지만 국선변호인의 수임료는 사선 변호인의 7분의1 수준에 불과하다고 법조계에선 보고 있다.

특히 현행 법엔 변호사가 아닌 '법원의 사무관급 이상 직원'이면 국선 변호인 노릇을 할 수 있도록 돼 있을 정도다.

국선변호인 중 많은 수는 사법연수생이 맡고 있는데, 이들은 국민참여재판에서 배심원단을 설득하기 위한 첫 째 조건이라고 할 수 있는 '경륜'에서 크게 떨어진다는 목소리도 있다.

돈이 없어 국선변호인을 택할 수밖에 없는 대다수의 피고인들이 돈이 많아 '유능한 변호인'을 선임한 일부 피고인들과 같은 조건에서 국민참여재판에 기댈 수는 없을 것이란 얘기다.

또 국민참여재판 시행과 맞물려 도입하는 로스쿨 제도가 '반쪽'으로 돼 가는 양상도 중요한 문제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사법 서비스의 질이 좋기 위해선 사회에 변호사가 많아야 하는데, 정부가 생각하는 로스쿨 배출 변호인은 1년에 1천200명 정도에 불과하다. 현행 사법시험으로 나오는 변호인이 1천명 선이기 때문에 지금이나 로스쿨 이후나 변호인 수에서 큰 차이가 없게 된다는 것이다.

법원이나 검찰 등 공판을 구하고, 공판을 진행하는 두 기관에선 배심원단의 '전문적인 법률 소양부족'을 우려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또 배심원단이 사법부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재판에 참여할 수 있는 '개개인의 자격'이 중요하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겉모습은 우리의 사법사상 가장 획기적이란 평가 아래 시작되는 국민참여재판이 속 내용까지 알차기 위해선 풀어야 할 숙제도 그만큼 많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