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 총선' 공천 시기와 방식 등을 둘러싼 한나라당 내부의 `공중전'이 치열한 가운데 물밑에서 현역 의원과 당협위원장들의 자리를 노리는 정치신인들의 도전도 거세지고 있다.
특히 이번 총선은 `공천=당선'이라는 등식이 성립할 정도로 한나라당이 절대적 강세를 띨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면서 과거 어느 때보다 공천을 둘러싼 당내 경쟁이 치열한 상태다.
이에 따라 친이(親李:친 이명박)-친박(親朴:친 박근혜)계간 밀어내기 싸움이 곳곳에서 벌어지는 것은 물론, 일부 과열경쟁 지역에선 같은 계파끼리 생존경쟁을 펼치는 현상도 낯설지 않은 풍경이 돼 버렸다.
또한 21명에 달하는 현역 비례대표 의원들도 대부분 출마를 위해 특정 지역구를 이미 낙점했거나 물색중인 상태여서 기존 현역 의원 및 당협위원장, 비례대표 의원, 전직 의원과 관료, 정치 신인 등이 뒤엉킨 각축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친이-친박 지역구 선점경쟁 =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과 박근혜 전 대표의 측근들 가운데 원외 인사들은 공천과 당선 가능성이 높은 지역구에 깃발을 먼저 꽂기 위해 불꽃튀는 경쟁에 들어갔다.
특히 `신주류'로 부상한 이 당선인 측근들이 대거 `출사표'를 던지고 세 확산에 나선 점이 눈에 띈다. 일부는 당의 전통적 약세지역 중 범여권 핵심 중진의원의 지역구에 과감히 도전장을 내밀기도 했다.
이 당선인 최측근 그룹의 좌장격인 백성운 대통령직인수위 행정실장은 참여정부 총리를 지낸 한명숙 의원의 지역구인 경기 고양 일산갑을 일찌감치 점찍었다. 정군기 전 선대위 보도분석팀장도 이 곳 공천 신청을 저울질 하고 있다.
조해진 당선인 부대변인은 고향인 경남 밀양.창녕에서 사실상 오래 전부터 표밭갈이를 해왔다.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김용갑 의원의 보좌관을 지내고 경선기간 박 전 대표의 특보를 지낸 김형진씨 등이 경쟁자다.
송태영 당선인 부대변인은 구천서 전 의원, 남동우 청주시의회 의장, 박환규 충북도당 부위원장 등이 경쟁중이던 충북 청주 흥덕을 지역에 나가기로 했다.
이동관 인수위 대변인은 한때 `친박' 이혜훈 의원의 지역구인 서초갑을 고려하다가 옛 열린우리당 의장을 지낸 김근태 의원의 지역구인 서울 도봉갑을 택했고, 강승규 인수위 부대변인은 서울 마포갑 출마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당선인의 선대위 언론특보를 지낸 김효재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은 경기 하남에서 역시 언론인 출신의 신당 문학진 의원과 한판 승부를 벌이기로 결정했다. 이 지역엔 인수위 전문위원인 정인철 전 매경 기자도 도전장을 냈다.
이 당선인 진영의 대표적 386 인사로 꼽히는 김용태 전 여의도연구소 기획위원은 서울 양천을 출마로 마음을 굳혔고, 선대위 지방언론팀장을 맡았던 김좌열 전 경북일보 편집국장은 경북 군위.의성.청송 출마를 저울질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승자 진영'에서 이처럼 공천을 받으려는 인사들이 많다 보니 일부 지역구에서는 `아군'끼리 서바이벌 게임을 벌여야 할 처지다.
경선 기간 `BBK 수비수'를 자임했던 은진수 인수위 법무분과 자문위원은 서울 강동갑에 예비후보로 등록, 친이 성향인 김충환 의원과의 공천 대결이 불가피해 보인다.
박 전 대표 캠프에서 일하다 경선 후부터 이 당선인을 도와온 인수위 정무기획 1팀 소속 허용범 전 조선일보 워싱턴특파원은 이 당선인 유세지원단장 출신인 권오을 의원의 경북 안동 지역구에서 공천티켓을 노리고 있다.
현역 당협위원장 중에서는 대선 기간 이 당선인 수행단장을 지낸 정태근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성북갑), 김해수 전 비서실 부실장(인천 계양갑), 장광근 전 경선캠프 대변인(동대문갑) 등이 오래전부터 총선에 대비해 지역구 텃밭을 다져왔다.
이에 비하면 친박 성향 원외 인사들은 이 당선인 측의 기에 다소 눌린 듯한 모습이다. 특히 이재오(은평을), 정두언(서대문을) 의원 등 이 당선인 핵심 측근들의 지역구에는 좀처럼 도전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출마를 결정한 원외 인사들도 좀처럼 지역을 결정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박근혜 캠프' 지방언론 총괄특보를 지낸 김형태 전 KBS 워싱턴특파원 등이 대표적 케이스.
캠프 방송토론팀장 출신의 허원제 전 SBS 정치부장과 강동훈 전 조직상황팀장은 선거법 위반으로 의원직을 상실한 김병호 의원의 부산 진갑에 공천 신청을 원하고 있고, 백기승 전 공보특보는 인천 부평 또는 경기 하남을 놓고 저울질중이다.
현기완, 이종혁 전 부산지역 특보는 각각 부산 사하을과 진을 지역에 출마할 예정이고 이삼선 전 경기조직 책임자는 경기 포천에 예비후보 등록을 하기로 했다.
`스타 검사' 출신으로 민주당 의원을 지냈던 함승희 전 캠프 클린선거감시단장은 대통합민주신당 정봉주 의원의 지역구인 노원갑 출마로 가닥을 잡았다.
김현우 전 캠프 상황부실장, 최원영 전 공보특보, 이은석 전 서울조직 책임자는 서울 지역에서 적절한 지역을 물색중이고, 이헌승 전 선발팀부단장과 이문수 경기조직 책임자는 각각 부산과 경기도에서 출마를 고려중이다.
현역 원외 당협위원장 중에서는 박 전 대표의 핵심측근인 이성헌(서대문갑), 김선동(성동을) 당협위원장 등이 수성에 나섰다.
이런 가운데 이 당선인의 원외 측근 가운데 상당수는 `구주류'인 친박 인사들이 현역 의원 및 당협위원장으로 있는 지역구에 도전장을 내고 당내 권력지도 재편의 첨병을 자임하고 나섰다.
이 때문에 유승민, 이혜훈, 엄호성, 한선교 의원 등 박 전 대표와 가까운 현역 의원들은 상당한 부담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경선 때부터 이 당선인의 영남권 조직을 책임져온 박창달 전 유세총괄부단장은 의원직을 잃기 전 자신의 지역구였던 대구 동을에서 박 전 대표의 최측근인 유승민 의원과 공천 대결을 한다.
역시 친이 성향인 서훈 전 의원과 이영식 선진국민연대 집행위원장도 이 지역에 공천을 신청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경선 기간 박 전 대표의 `입'으로 활약했던 이혜훈 의원의 서울 서초갑 지역구도 격전지다. 당초 이동관 인수위 대변인과 진수희 의원의 출마 가능성이 거론됐지만 최근엔 대선 기간 `BBK 구원투수'로 영입된 고승덕 변호사가 이 지역 출마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히고 있는 상태다.
박영준 인수위 비서실 총괄팀장은 경북 고령.성주.칠곡에 출사표를 던져 친박 이인기 의원과의 한판 승부를 예고하고 있다.
권택기 인수위 비서실 정무기획 2팀장은 출마를 하게 된다면 3선의 김영선 의원이 버티고 있는 경기 고양 일산을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고, 김영우 당선인 비서실 정책기획부팀장은 고조흥 의원의 경기 포천.연천에 출마할 예정이다.
경선때부터 이 당선인의 공보업무를 맡아온 배용수 인수위 정무분과 자문위원은 서울 강서갑에서 구상찬 당협위원장과 대결한다.
부산에서는 엄호성 의원의 사하갑 지역구에 언론인 출신의 김해진 인수위 기획조정분과위 전문위원과 친이 성향 문정수 전 부산시장이 도전장을 냈다.
박 전 대표의 최측근인 유정복 의원(경기 김포)과 심재엽 의원(강원 강릉)의 경우 각각 김동식 전 김포시장과 최돈웅 전 의원이 이 당선인 측 대항마로 나설 것으로 전해진다.
◇비례대표, 지역구 `호시탐탐' = 전원이 초선인 비례대표 의원 21명도 지역구공천 경쟁에 합류했다. 이들 대부분은 현역들의 텃세가 강한 영남보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비례대표 역시 이 당선인을 지원했던 의원들이 다소 여유있는 모습이다.
경선 당시 `이명박 캠프' 선대위 부위원장을 지낸 전여옥 의원은 서울 영등포갑에 예비후보로 등록, 대선후보 경선에 출마했다가 중도포기했던 이 지역 고진화 의원을 압박하고 있다.
경선캠프 대변인에 이어 인수위 정무분과 간사를 맡은 진수희 의원은 당초 서울 서초갑을 고려하다 성동갑에 출마키로 마음을 굳혔다.
이 당선인의 경제 공약 성안을 도운 윤건영 의원은 박 전 대표 캠프 대변인 출신인 한선교 의원의 경기 용인을에 출마할 예정이어서 주목된다.
이 당선인의 방송토론을 도우면서 문화.언론 관련 공약을 책임졌던 박찬숙 의원은 수원 영통에 공천 신청을 했다. 이군현, 박순자 의원은 이미 서울 동작을과 경기 안산 단원갑 당협위원장으로 활동중이고, 이계경, 김영숙 의원은 각각 서울 송파병과 광진갑 출마로 가닥을 잡았다.
경선 당시 `친이' 성향 중립으로 분류됐고, 선대위 대변인으로 선거승리의 공신으로 꼽히는 나경원 대변인은 친이 성향인 박계동 의원(재선)이 버티고 있는 서울 송파을 출마쪽으로 마음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박 의원 측은 "나 의원이 결국 나오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밝히고 있다.
인수위 교육.사회.문화 분과 간사인 이주호 의원은 한나라당을 탈당한 곽성문 의원의 지역구에서 허준영 전 경찰청장 등과 공천 대결을 벌인다.
김애실 의원과 인수위 정부개혁TF팀장인 박재완 의원 등은 아직 출마 지역을 결정하지 못했다.
친박 의원들 중에서는 황진하, 서상기 의원이 친이 성향 현역 의원들의 지역구에 도전한다.
군 장성 출신인 황 의원은 3선의 이재창 의원이 버틴 경기도 파주에, 서 의원은 경선기간 이 당선인 캠프의 대구 선대본부장을 지낸 이명규 의원의 대구 북구에 각각 예비후보 등록을 했다.
국회 여성위원장인 문희 의원은 서울 금천에, 고경화 의원은 서울 강서을에 공천을 신청할 예정이고, 송영선 안명옥 의원은 지역을 결정하지 못했다.
그러나 당내 일각에서는 "현역 비례대표의원의 경우, 서울 강남이나 영남지역 공천은 되도록 배제하고 당의 고전이 예상되는 지역에 투입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이들의 공천 교통정리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