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승용(인하대학교 총장)
영국의 문호 셰익스피어의 희곡인 '베니스의 상인'은 흥미진진한 고전이다. 하이라이트는 고리대금업자 샤일록이 3천 다켓의 채무변제 대가로 안토니오의 심장 옆 가슴살 1파운드를 달라는 대목이다. 계약과 이행이라는 법률적 형식 논리로 보면 안토니오는 꼼짝없이 죽을 수밖에 없다. 이때 명판사로 분장한 포오샤의 절묘한 판결이 상황을 반전시킨다.

계약서에 살에 대한 언급만 있지 피에 대한 언급이 없으므로,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살 1파운드를 정확히 자르라는 것이다. 영특한 법률가가 악인으로부터 의인을 통쾌하게 구하는 줄거리는 독자를 즐겁게 한다.

1월 말 정부 발표를 앞두고 전국의 대학은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 인가설립 경쟁이 뜨겁다. 새로운 로스쿨 제도는 미국식 방식으로 대학 4년을 졸업한 자가 로스쿨 3년 과정을 마친 후 사법시험에 합격하면 판·검사, 또는 변호사가 되는 것이다.

현재 전국 98개 법과대학 중 41개 대학(수도권 24, 지방 17)이 로스쿨 인가를 신청하고 있다. 정부는 수도권과 4개 고등법원 소재지인 부산, 대구, 대전, 광주로 구분하고 이 중 수도권에는 서울, 경기, 인천, 강원을 포함하고 있다. 노무현 정부는 균형발전의 논리를 로스쿨 설립에도 적용하고 있다. 수도권 대 지방의 비율 원칙을 52% 대 48%로 하되, 최종판단시 5% 범위 내에서 그 비율을 조정할 수 있도록 하였다.

또한 정부는 논란끝에 로스쿨 총정원을 2천명으로 정하였다. 최근 KDI가 때늦게 로스쿨 정원은 4천명이 되어야 한다는 보고서에서 보듯이 로스쿨 총정원 문제는 앞으로도 논쟁거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로스쿨 제도 도입은 대한민국 정부수립 60년 만에 이뤄지는 엄청난 개혁이며, 그 취지는 변호사 공급을 늘림으로써 국민들에 대한 법률서비스 확대, 국가의 독점적 법조인 공급과 배분체제에서 자율과 경쟁의 시장경제 질서 구축, 다수의 대학간 경쟁과 다양한 학생간 경쟁을 통하여 실력있는 법률전문가 양성 등이다.

'왜 인하대학교에 법학전문대학원이 설립돼야 하는가?'에 대해서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동북아시아와 수도 서울의 관문인 인천의 법률시장 수요를 충족할 수 있도록 실력있는 법조인들을 양성해야 한다는 점이다.

인천광역시는 서울, 부산 다음의 세 번째 대도시로 인구가 270만명이며, 인천법원 관할인 부천시와 김포시를 포함하면 380만명의 인구이자 연간 150만건의 소송 건수가 발생하지만 인천지역 변호사는 289명에 불과하다. 현재 변호사 1인당 인구 수를 감안하면 전국 어느 도시보다도 법률서비스의 대중화가 매우 시급한 실정이다. 특히 과거 인천에 대한 여러 정책이 수도권으로 묶여 인천의 독자적인 권리를 보장받지 못했던 사례가 이번에는 절대 적용돼서는 안 될 것이다.

둘째, 세계적 공항과 항만을 보유한 경제자유구역이자 이웃 중국경제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 인천의 지역경제적 특성을 고려하여 지적재산권과 물류분야를 특성화한다는 점이다.

지적재산권과 물류분야는 오래 전부터 인하대학교가 '선택과 집중'을 해 온 분야이며, 당연히 인하 로스쿨 졸업생의 일정비율은 외국변호사 자격증 획득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끝으로 인천시의회, 시민단체, 인천상공회의소 등 경제단체 및 지역 언론들이 인하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설립을 간절히 열망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한인 교포3세로서 미국 사법계 수장에 오른 로널드 문 하와이주 대법원장은 미국 이민교포들의 염원을 담아 민족의 대학인 인하대학교에 로스쿨이 설치돼야 한다는 논지의 호소문을 대통령, 대법원장, 교육부총리에게 전달하여 우리 가슴을 뭉클하게 하고 있다.

인하대의 성공적인 로스쿨 설치는 인하대만이 아닌, 인천시민과 미국 한인사회의 자존심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지켜봐야 할 사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