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 쪽 발목을 크게 다친 강모(55·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매탄동)씨와 그의 부인 최모(54)씨가 공포감을 벗지 못한 상황에서도 허탈한 표정으로 병실을 지켰다.
이들이 어이없어 하는 것은 강씨가 겨울 바다를 보기 위해 강화도 해수욕장 해변을 걷다 군용 지뢰로 보이는 폭발물을 밟아 한 쪽 발목을 잃게 됐기 때문이다. '낭만'을 즐기기 위해 찾았던 바닷가가 멀쩡한 발목을 앗아간 '전쟁터'가 된 것이다.
강씨는 지난 25일 오후 5시께 강화도에서 서쪽으로 7㎞ 가량 떨어진 강화군 서도면 볼음도 영뜰해수욕장 해변을 걷고 있었다. 직장 동료 5명과 함께 1박2일간의 일정으로 '겨울 여행'을 하던 중이었다. 약 20여분을 걸었을까. '쾅'하는 굉음과 함께 강씨는 정신을 잃었다. 동료들은 곧바로 119 신고를 했고, 서도면 공중 보건의가 응급처치를 했다. 곧 행정선을 불렀고, 강씨는 외포리를 거쳐 인하대병원으로 이송됐다. 이 때가 오후 8시3분.
군과 경찰, 국정원 등으로 구성된 합심조는 이번 사건이 '대공 용의점'은 없는 것으로 잠정 결론을 내렸으며, 수해 때 떠내려 온 '발목지뢰(M14 대인지뢰)'에 의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합심조는 영뜰해수욕장 주변이 지뢰매설지역이 아니어서 몇 년 전 수해로 인해 경기나 강원 등 전방에서 떠내려 와 해변에 묻힌 발목지뢰를 강씨가 밟은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피해자 강씨는 그러나 이를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강씨는 "해변가에는 철조망이나 출입 통제구역 표시가 전혀 없었다"면서 "사고가 나자 군 당국은 '지뢰로 추정된다는 말만 했을 뿐, 이틀이 지났는데도 어떠한 해명도 없다"고 분을 삭이지 못했다.
군용지뢰의 경우 군이 민간 유출을 철저히 막아야 하고, 수해 등으로 불가피하게 유출됐을 때에도 수색·탐지 작업 등을 통해 이를 수거하는 군의 노력이 있어야 한다는 게 일반적 시각이다. 따라서 강화 지역 해변 등지에 대한 전방위적 지뢰 탐지 작업이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합심조는 28일 중으로 사고 현장을 다시 찾아 정밀 검증을 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