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올 상반기 대졸 신입사원 채용부터 OPIc과 토익 말하기 시험을 활용키로 결정함에 따라 두 시험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하지만 토익 말하기 시험은 그렇다 쳐도, OPIc은 그동안 언론 등에 노출 빈도가 낮아 응시생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 하지만 삼성그룹이 대학생들의 취업 선호도 1, 2위를 다투는 기업체인 만큼, 대학생들 사이에서 OPIc에 대한 관심도 점차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이에 새롭게 부각되고 있는 OPIc 전반에 대해 알아본다. <편집자 주>

삼성그룹이 자체 영어시험으로 새롭게 도입한 OPIc은 애초 미국에서 영어능력시험으로 사용되고 있는 ACTFL OPIc 테스트와 역시 미국 시험인 CAL(Center for Applied Linguistics)의 SOPI(Simulated Oral Proficiency Interview) 테스트의 장점만을 골라 한국적 현실에 맞게 재개발한 영어시험이다.

ACTFL OPIc은 응시자와 평가자가 직접 면대면으로 만나 질문을 주고 받으며 평가자가 응시자의 영어능력을 직접 평가하는 방식이다.

반면 SOPI는 응시자가 컴퓨터에 녹음된 질문을 듣고 답변을 녹음하면 이를 기반으로 응시자의 영어점수를 매기는 방식이다.

하지만 두 시험은 모두 응시자가 늘어나면서 근본적인 문제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우선 ACTFL OPIc은 깐깐하게 채점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응시자가 늘면서 영어능력을 전문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전문인력을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또 면대면 방식으로 진행되다 보니 채점자의 주관적 인식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SOPI는 컴퓨터와의 상호작용으로 이뤄지는 방식이기 때문에 이런 문제점은 극복할 수 있었지만 이 역시 응시자가 늘어나면서 녹음된 테이프 관리라는 기술적인 문제점이 발생했다. 또 SOPI는 애초 개인맞춤형 시험을 모토로 내세웠지만 응시자 모두에게 동일한 문제가 출제되다 보니 애초의 목적을 달성할 수도 없었다.

결국 삼성그룹 계열사인 크레듀는 이 두시험의 장점만을 취합해 한국판 OPIc 시험을 발명했다.

컴퓨터 화면에 등장하는 원어민의 질문을 듣고 대답하면 답변이 자동으로 녹음파일로 저장돼 이것을 토대로 채점자가 평가하는 것이다. 질문 내용도 응시자의 일상이나 관심사항, 과거의 경험 등을 설문조사(background survey)를 통해 파악한 후 응시자별로 다른 문제가 출제되도록 했다. SOPI의 문제은행식 방식이 아니라 글자 그대로 개개인의 특성에 맞는 맞춤형 문제를 제공하는 셈이다.

때문에 응시자는 자신의 관심분야는 물론 자신의 말하기 능력과 근접한 난이도를 갖춘 시험을 선택할 수 있어 훨씬 편안한 상황에서 시험에 응시할 수 있게 된다.

 
 
OPIc의 자가진단(Self-Assessment) 방식도 독특하다.
자가진단 방식이란 응시자 스스로가 자신의 영어말하기 능력 등급을 대략적으로 평가하는 과정을 말한다. 즉 본격적인 실험이 시작되기 전 각 레벨에 대한 설명과 말하기의 샘플 등을 듣고 응시자가 자신에게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하는 시험을 고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시험의 성격이 채점 그 자체를 위한 것이 아니라 응시자의 편의를 최대한 배려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 셈인데, '응시생 우선주의'는 답변 과정에서도 드러난다.

그동안의 말하기 시험은 면대면 방식이든 컴퓨터 방식이든 대부분의 시험들은 질문이 끝난 후 일정시간 이내에 곧바로 답변을 하는 방식이었다. 반면 OPIc은 응답시간에 특별한 제한을 두지 않는다.

답변 길이 또한 응시자가 원하는 만큼 답변할 수 있도록 했다. 질문 내용을 이해하지 못했거나 질문 자체를 놓친 경우에는 질문 자체를 한 번 더 들을 수도 있다.

질문과 답변 과정 중에 특별한 제한을 두면 외국어로서 영어를 하는 응시자들이 능력을 모두 발휘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크레듀 측은 이런 방식이 응시자가 시험에서 느끼는 심적 부담을 줄여주는 것은 물론 실제 상황과도 더 적합하다고 주장한다.

외국어로서 영어를 쓰는 사람이 원어민과 대화하는 경우에는 즉각적으로 대답할 수 없는 경우가 더 많지 않느냐는 것이다. 또 시간 제약을 둔다면 오히려 부담감을 느껴 할 말도 못한다는 것이 OPIc 관계자들의 주장이다. 여기에 원래부터 말투가 느리거나 영어를 못해서가 아니라 대답거리를 못 찾는 경우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 OPIc을 응시해본 경험이 있는 삼성전자 신모 대리는 "시험이 응시생 중심으로 구성돼 있어 실력이 없어 못푸는 경우는 있어도 기타 변수 때문에 못보는 경우는 없다"며 "이런 점이 OPIc만의 강점이다"고 말했다.

2인 이상의 공인 인증자가 채점 규정 초급-하~상급-하 등급으로만 평가
OPIc의 채점은 반드시 미국 교육전문가로서 'ACTFL 공인 평가자 인증'을 받은 사람들로 제한하고 있다.

또 채점과정 중에서의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반드시 2인 이상이 채점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평가기준은 미국에서 40여 년간 사용해 온 FSI의 평가기준(US Department of State Foreign Service Institute Language Proficiency Level Description)의 등급체계를 활용한다. FSI 평가기준은 1950년대 이후 미국 정부기관에 종사하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업무수행에 필요한 언어능력을 평가하기 위해 고안된 것으로 주로 말하기 능력 평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살아있는 영어능력'을 평가하는데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OPIc의 시험성적은 등급으로 분류되는데 이 또한 미국 ACTFL의 등급체제에 기반해 있다.

다만 ACTFL의 평가기준은 4개의 주요 등급(최상급, 상급, 중급, 하급)으로 구분한 다음 최상급을 제외한 나머지 3등급을 다시 3개 항목으로 세분화한다. 반면, OPIc은 초급-하부터 상급-하 등급까지만 평가한다.

한국인 중에는 원어민처럼 자유자재로 영어를 구사할 수 있는 응시자가 극도로 제한돼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어쨌든 최상급은 시사적이고 추상적인 주제조차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응시자에게만 주어지고, 상급은 서술과 묘사를 다양한 시제를 사용해서 표현할 수 있는 응시자에게 주어진다.

반면 중급은 의미 전달이 가능한 수준을 말하고, 초급은 완전한 문장형태가 아닌 단순한 암기된 단어나 구로만 표현하는 수준이다.

때문에 최소한 중급 정도는 돼야 '명함' 정도라도 내밀 수 있는 셈인데, 당연하게도 이 정도의 등급을 받기 위해서는 최소한 답변을 완성된 문장형태로 완성해야 한다. 또 보다 다양한 상황에서 통용될 수 있는 표현 정도는 숙지해야만 한다.

여기서 더 욕심을 내서 상급을 받고자 한다면 최소한 자신의 답변에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수준이 돼야 한다. 이는 단순히 본능적인 반응이 아니라 자신이 하고자 하는 얘기를 정확히 담아낼 수 있는 수준이 돼야 상급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세부등급은 일반적으로 2가지 요소에 의해 결정된다. 응시자가 한 단계 높은 상위 등급의 기능을 얼마나 수행할 수 있는가와 그 능력이 얼마나 오랫동안 지속될 수 있느냐의 여부인데, 이 정도에 따라서 상·중·하로 다시 세분화된다.

전국 11개고사장서 한달에 한번 실시, 온라인접수 제한…응시료 7만1500원
OPIc은 매월 1회 정기적으로 치러져 응시생의 기회를 대폭 확대했다.

다만 아직까지는 시험 자체가 확산돼 가고 있는 과정이기 때문에 시험장소는 전국 11개 고사장으로 제한되고 있다. 시험시간은 총 60분이지만 20분은 오리엔테이션이므로 실제 시험시간은 40분이다. 접수는 오로지 온라인(www.actfltest.co.kr)만 가능하다.

응시료는 7만1천500원으로 다소 부담되는 편이다. 만일 응시 자체를 취소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한다면 시험 4주 전 월요일부터 시험 시작 3주 전 금요일 까지 취소하면 응시료 전액을 환불받을 수 있다. 시험 2주 전 월요일부터 같은 주 금요일까지는 응시료의 50%가, 시험 1주 전 월요일부터 같은 주 수요일까지는 응시료의 30%만이 환불된다. 성적표는 시험일로부터 5~7일 이내에 발송되는데 시험성적은 대부분의 어학능력시험과 마찬가지로 시험일로부터 2년까지로 한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