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1일 인천시 동구 만석동 쪽방촌의 주민들이 생계를 위해 영종도 일대에서 따온 굴을 까는 작업을 하고 있다. /임순석기자·sseok@kyeongin.com
쪽방촌 주민 상당수는 지금 살고 있는 곳에서 다른 곳으로 이주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인천발전연구원이 지난해 실시한 '쪽방 거주자 주거지원 수요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6.7%는 '이주를 원하지 않는다'고 했다. 응답자 중에 동구 만석동 '괭이부리말'과 '아카사키촌'에 사는 161가구 가운데 137가구(약 85%)는 거주지를 옮기고 싶지 않다고 했다.

중구 인현동·북성동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전체 가구의 72%가 설문지의 '이주불원' 항목에 체크했다.

■ 임대아파트, 그림의 떡
한국도시연구소가 지난 2005년과 2006년 실시한 '쪽방주민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쪽방촌 가구 월평균 소득은 40만9천원이다.

주거환경전문가들은 통상적으로 월평균 소득 대비 월 임대료가 30%를 넘는 가구를 '주거빈곤'으로 규정한다. 이 기준으로 볼 때 쪽방주민들이 부담할 수 있는 평균 임대료 '마지노선'은 12만2천700원이다.

인천 쪽방거주자의 평균 임대료는 10만원대다. 보증금이 있는 경우는 13만원이고, 보증금이 없으면 16만원을 내고 있다. 인천 쪽방촌 가구 가운데 절반가량은 현재 거주지의 임대료를 내는 것조차 힘겨워 하고 있는 상황이다.

건설교통부는 지난해 4월 '2006년 주거실태조사 통계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를 보면 인천에서 월수입이 41만원에 미달하는 무주택 가구의 절반 이상은 공공임대주택에 입주할 의사가 없다. 1만3천448명 중 8천544명(63.5%)은 '임대료를 낼 형편이 안 돼 입주를 못 할 것 같다'고 했다.

84.81㎡(25.7평) 이하 전세 임대아파트의 경우 보증금은 전세금의 5%다. 월 임대료는 전세금에서 보증금을 뺀 금액의 이자율(3%)로 결정된다.

전세금이 5천만원이라면 보증금은 250만원, 월 임대료는 12만원 수준이다. 여기에 각종 세금과 관리비를 포함한다면 그 금액은 20만원을 웃돌게 된다.

쪽방촌 주민들에게는 임대주택이 '그림의 떡'일 수밖에 없다.

■ 쪽방에 드리운 개발 그림자
인천시는 지난해 5월 중구 인현동 1 쪽방촌을 '동인천역 주변 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했다. 재정비촉진지구는 '도시 재정비 촉진을 위한 특별법'에 따라 노후·불량주택과 건축물이 밀집한 지역을 계획적으로 개발하기 위해 지정하는 지역이다. 시는 이곳을 주거·상업·숙박·문화기능을 갖춘 복합도시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시 계획대로라면 쪽방 주민들은 오는 2010년 가을이 되기 전까지 다른 곳에 터전을 잡아야 한다.

중구 북성동 쪽방촌 역시 재정비촉진지구 지정을 앞두고 있다. 계양구는 지난해 쪽방촌이 포함된 효성동 123의 49 일원을 도시개발구역으로 지정할 것을 시에 요청했다. 정식으로 구역이 지정되고 사업시행자가 선정되면 효성동 쪽방촌은 자취를 감추게 된다.

서울시는 2003년과 2006년 영등포 1·2동 쪽방 280여개를 철거했다. 서울시는 이곳 주민들에게 주거이전비 지원, 기공임대주택 입주권 지급 등 두 가지 방식으로 보상했다. 보상대상자 가운데 공공임대주택 입주권을 받은 이들은 13명뿐이었다. 나머지는 1인 가구 기준 420만원의 주거지원비를 받아 떠났다.

인천 개발예정지역 쪽방 주민들도 서울시 영등포동 쪽방 주민들과 비슷한 절차를 밟아나갈 가능성이 높다.

한국도시연구소 김윤이 연구원은 "개발은 대부분 전면 철거방식으로 진행되고 현재 살고 있는 '저렴 주거지'를 찾지 못한 이들은 홈리스(노숙자)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며 "쪽방지역 개발로 인해 변화된 공간은 이곳 주민들을 위한 공간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