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일 인천시 동구 만석동 쪽방촌 골목에 김장김치·연탄 나눔과 마을 잔치 참여 안내문이 붙어 있다. 주민들의 이주만이 대안이 아닌 자활 등 다양한 프로그램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임순석기자·sseok@kyeongin.com
"쪽방촌에도 사람이 살고 있어요. 이를 '주거자원'으로 보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쪽방촌을 철거대상으로만 보고 있다. 이 때문에 각 기관이 내놓는 쪽방 대책은 '이주대책'에 머물러 있다. 보증금과 월세가 싼 주택을 공급하는 게 대책의 핵심이다. 하지만 월 평균 30만~40만원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쪽방촌 주민 상당수는 임대주택에 들어가지 못하는 상황. 이미 '처방'은 내려졌지만, '환자'는 계속 아파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해 각 분야 전문가들은 쪽방 정책 시행 주체가 '진단'을 다시 내려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 '쪽방대책=이주대책(?)'
정부는 지난 해 5월 최저주거기준 미달 가구에 대한 기본대책을 확정했다. 쪽방 기본대책 수립에는 재정경제부, 기획예산처, 행정자치부, 보건복지부, 건설교통부 등이 참여했다.

기본대책에 따라 건설교통부는 전국 쪽방·비닐하우스 등 불량주택 거주자 실태 및 임대주택 수요조사를 실시했다. 이어 건교부는 행정자치부와 공동으로 오는 2009년까지 도시빈민 1만1천600여 가구를 위해 국민임대아파트와 다가구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각 자치단체는 이주 수요조사를 위한 실태파악에만 집중했다.

쪽방 거주민을 위한 환경 개선방안, 지원 프로그램 개발은 뒷전이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쪽방 대책의 핵심은 이주대책인데 이는 건교부 주관으로 실행되고 있다"며 "복지부는 (쪽방 주민들의)기초생활수급대상자를 산정할 뿐, 쪽방에 산다고 해서 특별히 하는 건 없다"고 말했다.

성균관대학교 사회복지연구소 김선미 연구원은 "행정기관들은 쪽방촌 주민들을 내보내려고 하는 생각만 갖고 있다"며 "정부 각 분야별 기관은 전체적인 대응을 전혀 하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 유형별 재활프로그램 마련
쪽방촌 주민들이 재활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자치단체의 노력이 필요하다.

인천발전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인천 쪽방 거주자의 절반 가량이 무직으로 나타났다. 나머지는 일용직, 단순노무에 종사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사회복지 전문가들은 쪽방촌 주민들이 겪는 '빈곤의 악순환'을 깰 수 있도록 자립 프로그램을 활발하게 시행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빈곤을 벗어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뜻이다.

인천시는 '쪽방 생활자 보호사업 추진 계획'을 세워 각종 재활프로그램 운영, 공동자활 작업장 건립을 준비하고 있다.

시가 준비하는 재활프로그램은 알코올 예방, 가정평화, 집단상담 교육이다. 공동자활 작업장은 쪽방 주민들에게 자립의 기회를 주기위해 세우는 것이다.

이같은 유형별 프로그램을 운영하기에 앞서 정확한 실태파악이 이뤄져야 한다.

나이와 성별, 거주기간, 자활의지 등 각 지역 쪽방 거주민의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프로그램'이 이뤄져야 한다.

인천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권정호 교수는 "형식적인 지원 프로그램을 경계해야 한다"며 "자치단체는 자립 프로그램 개발과 시행에 적극 나서야 하고, 여기에 참여하면 자립할 수 있다는 신뢰감을 심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 보건소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쪽방 주민들은 아파도 병원에 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일용직 종사자의 경우는 하루를 쉬면 생계 유지가 곤란해지는 경우가 많고 나이가 많은 이들은 치료비를 감당하지 못한다.

취약한 주거환경은 이곳 주민의 건강문제를 더욱 악화시키는 요소로 작용한다. 쪽방촌에는 몸이 아파도 제때 치료받지 못하는 이들이 많다.

전문가들은 이들의 건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1차 의료기관인 보건소의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각 지역 보건소는 최근 유행처럼 건강증진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금연클리닉, 다이어트 교실, 요가 등의 프로그램이 지역 주민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지역 보건소가 상대적으로 취약계층을 위한 예방사업에 소홀해지고 있다.

건강세상네트워크 조경애 대표는 "보건소가 쪽방촌을 비롯한 도시빈민층을 대상으로 암 검진, 건강 상담, 알코올중독 예방 등을 실시할 수 있다"며 "보건소 기능만 강화해도 '질병의 대물림'은 어느 정도 방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