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 많은 사랑을 받은 SF영화 'Matrix'는 이와 관련된 매우 흥미롭고 중요한 질문을 던져준다. "사이버세계와 라이브세계 중 어느 쪽이 진짜 실재(real)인가?"하는 것이다. 이중적인 생활을 하던, 한 평범한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머인 주인공 앤더슨(키누 리브스)은 베일에 싸인 인물 모르피어스(꿈의 신)를 만난다. 모르피어스는 앤더슨에게 낮 동안의 생활은 진짜가 아니고, 인공지능(AI)의 큰 힘에 의해 조작되는 가상현실의 매트릭스, 곧 꿈속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앤더슨에게, 사이버공간이 오히려 실재세계이고, 앤더슨의 진짜 이름은 네오이며, 그로 하여금 그 세계로 가서, 진정한 임무인 인류를 구원하는 일을 수행하기를 권고한다. 결국 네오(앤더슨)는 "어떤 것이 진짜 실재이고, 어느 것이 매트릭스인가?"하는 혼동에 빠지게 되고, 둘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요구받게 된다.
그렇다면 사이버스공간이 제공하는 흥미로운 가상세계를 만끽하는 청소년들에게 진짜 실재는 과연 어느 쪽일까? 혹시 육체는 라이브세계에 있지만, 정신은 사이버세계를 현실로 착각하고, 그곳에 머물려 하지는 않는지? 가상현실에 몰입하는 것이 주는 부작용 중 하나는 바로 이 육체에서 의식을 분리하는 '육체이탈'이라 한다. SF영화들은 이렇게 육체이탈한 정신이 초인간적 가상육체와 결합하여 사이보그로 전환되는 것을 이미 암시하고 있다.
앞으로 가상현실이 발달하면 할수록 라이브현실과 사이버세계 사이의 혼돈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엄격한 입시제도는 청소년들에게 현실도피적 육체이탈의 빌미를 제공하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 사회에서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사이버문화는 엄청난 위험성을 안고 있다. 청소년들의 정신과 혼을 몽땅 사이버세계에 빼앗기게 할 수 있다. 육체가 없는 인간을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리고 정신들만의 사이버네트워크를 인간사회라고 할 수 있을까? 인간은 육체와 정신과 영혼의 신비한 묘합체이다. 육체가 없는 정신만의 인간은 있을 수 없다. 또한 정신만의 네트워크는 결코 인간사회라고 할 수 없다. 몸과 몸이 부딪히는 만남이 이루어지고, 정신만이 아닌 희로애락의 감정이 서로 교통하고, 무엇보다 영혼이 살아 있는 공동체가 바로 인간사회이다. 사이버공간의 출현은 큰 은총이지만, 그것의 남용은 우리로 하여금 더 이상 인간이 아닌, 일종의 영혼 없는 기계로 전락하게 만들 것이다. 이제 우리는 사이버공간이 주는 혜택의 즐거움과 해로움을 함께 볼 수 있어야 한다. 온갖 스트레스로 가득한 각박한 현실에서 사이버공간은 좋은 피난처가 될 수 있다. 그렇지만 그곳에 예속되면, 도리어 비인간적이고 반생명적 존재가 되고 말 것이다. 청소년들을 입시지옥에서 하루빨리 해방시켜주자. 그리고 그들과 함께 진실을 올바르게 선별할 수 있는 건전한 눈을 갖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