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정맥 시민탐사단은 지난해 5월 12일 김포시 월곶면 문수산에서부터 탐사를 시작했다. 등산로와 발원 하천, 식생 등의 분야에 대한 실태조사도 병행했다. 탐사는 가현산(215m), 계양산(394m), 수리산(474m), 광교산(582m), 부아산(403m), 함박산(350m), 구봉산(456m), 국사봉(415m), 도덕산(361m) 등을 거쳐 한남금북정맥과 금북정맥이 갈라지는 칠장산(492m)까지 약 6개월동안 진행됐다. 도상거리만 150㎞에 이르는 구간이다.

수도권 중심 산줄기인 한남정맥은 경기도 김포(월곶면·통진읍·대곶면·양곶면), 인천(서구·계양구·부평구·남동구), 부천(소사구), 시흥, 안양(만안구), 안산(상록구), 군포, 의왕, 수원(장안구·영통구·팔달구), 성남(수지구), 용인(처인구의 백암면·원산면·이동면·포곡읍·기흥구), 안성(보개면·삼죽면·죽산면) 등의 행정구역에 뻗어 있다.한남정맥은 수도권 서북부지역에 길게 이어진 녹지축이지만 그 존재조차 모르는 이들이 많다. 그 사이 백두대간에 뿌리를 둔, 수도권 핵심 녹지축 한남정맥은 조금씩 제 모습을 잃어가고 있다.

# 단절된 산등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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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홍선 박사가 지난 해 11월 용인 망덕고개 구간에서 식생조사를 하고 있다.
한남정맥 구간에서 도로로 인해 산등성이(마루금)가 끊기는 지역은 모두 88곳이다. 마루금은 평균 1.7㎞마다 한 번씩 잘려나갔다. 특히 인천과 시흥 구간(29㎞)은 평균 0.61㎞마다 한 번씩 도로가 마루금을 가로지르고 있다.

녹지축을 단절한 도로는 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 경인고속국도, 제2경인고속국도, 서울외곽순환고속국도, 서해안고속국도, 경부고속국도, 영동고속국도 등 모두 7개다. 수도권에 뻗어있는 대부분의 고속국도가 정맥 녹지축을 단절하고 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또 고촌~월곶간 고속국도(김포), 송현~불로간 고속국도(인천), 제2외곽순환고속국도, 수원~광명간 고속국도, 제3경인고속국도 등이 공사중에 있다.

이밖에 천마산터널(인천), 성복터널(수원) 등 8개 터널과 경인철도(인천), 경부선(군포), 용인경량전철(용인) 등 10개 철도 구간이 한남정맥을 관통하고 있다. 한남정맥 평균 단절거리는 백두대간에 가까워질수록 길어지는 특징이 있다. 군포·수원 구간은 2.35㎞, 용인구간은 3㎞, 안성구간은 5.15㎞다. 한남정맥을 무시한 개발이 가속화될수록 단절거리는 짧아질 것이다.

# 넓어지는 등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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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 원적산 등산로. 이곳을 오르내리는 등산객이 많아지면서 등산로 폭이 넓어졌다.
한남정맥 전 구간의 등산로 평균 폭은 2m다. 이는 성인 4명이 동시에 지나칠 수 있는 너비다. 평균 폭이 1.16m인 백두대간과 비교해 보면 상당히 넓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등산로 조사를 실시한 인천녹색연합 생태도시부 신정은(30·여) 간사는 "등산로 폭 확장은 자연생태계의 변화를 초래한다"고 설명했다. "자연 그대로의 숲에 사람이 오르내리면 맨땅이 드러나고 길이 생깁니다. 산을 찾는 이들의 발걸음이 잦아질수록 침식으로 인해 등산로 폭이 넓어지고 흙이 쓸려나갑니다. 또 나무와 돌은 그 뿌리를 드러냅니다. 이게 방치되면 등산객의 안전문제가 생기고, 또 다른 등산로가 생겨나 산림 생태계를 파괴하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거죠."

전체 등산로 폭 조사 결과 0.51~1m 지점이 135곳으로 가장 많았고, 1.01~1.5m가 120곳, 1.51~2m가 54곳으로 뒤를 이었다. 폭이 5m가 넘는 지점도 30곳이나 있었다.

한남정맥 시민탐사단은 탐사기간에 GPS수신기를 이용해 200m마다 등산로 폭을 실측했다. 측정 대상지역은 도로를 제외한 산림의 등산로였다.

# 방치된 폐기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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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단은 한남정맥 곳곳에서 무단으로 버려져 방치된 폐기물 더미와 마주쳤다. 인적이 드문 지역, 군부대와 훈련장 주변, 도로와 인접한 지역일수록 그 정도가 심했다.

김포구간에는 군부대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 폐기물이 많았다. 탐사단은 이 구간에서 군용 폐건전지, 폐타이어, 철제의자 등을 발견했다. 이와 함께 냉장고, 가구, 소파 등 대형 폐기물이 섞여 있었다.

월곶면 고막리 쌍용대로 부근에서는 탄창이, 양촌면 대포리 학운산 부근에서는 탄피와 훈련장에서 사용하는 이동식화장실 등이 버려져 있었다. 공장지대가 밀집한 인천 서구 금곡동, 마전동, 당하동, 백석동 구간에는 스티로폼, 폐콘크리트, 하우스용 와이어, 컨테이너, 단열재, 매트리스 등이 방치돼 있었다.

군포·수원구간에는 생활폐기물이, 용인구간에는 건설폐기물이 주로 발견됐다.

산불감시탑은 그 뼈대를 드러낸채 '흉물'로 제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산림청은 산불을 감시할 목적으로 산불감시탑을 설치해 운영했지만, 무선 중계기 운영이 활성화되면서 산불감시탑은 무용지물이 됐다.

오랫동안 쓰지 않고 버려둬 낡고 무디어진 산불감시탑. 이는 미관을 저해할 뿐만 아니라 사고를 유발할 수도 있다. 한남정맥에는 모두 12개의 산불감시탑이 놓여 있다.

#오염된 하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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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남정맥 발원 하천 전구간은 '공사중'이다. 크고 작은 개발사업이 하천 주변에서 이뤄지고 있다.

인천 청라경제자유구역 조성 공사는 공촌천과 심곡천을 변형시키고 있다. 용인 탄천 발원지 일대에서는 구성지구 택지개발이 한창이다. 개발사업자는 산을 깎고, 하폭을 넓히고 있었다. '인위적 간섭'이 하천의 본래 모습을 바꾸고 있었다.

오산천, 금학천에는 회색빛 콘크리트 교각이 일정한 간격으로 세워져 있다. 교각은 철로로 연결되고, 그 위에서 용인 경전철이 운행할 예정이다. 건설 폐기물과 토사의 하천 유입에 대한 철저한 대책을 마련한 뒤 공사를 진행하는 곳은 없었다.

탐사단은 자치단체가 경쟁적으로 조성하는 일명 '생태하천'의 문제점도 발견했다. 일부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생태하천은 모습이 유사했다. 조경석으로 제방을 쌓고, 천변에는 알록달록한 꽃이나 정원수가 식재돼 있었다. 이마저도 대규모 주택단지가 밀집한 지역 부근의 하천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이었다. 인적이 드문 곳의 하천은 방치되거나, 복개공사가 이뤄지고 있었다.

하천 조사를 실시한 굴포천살리기시민모임 노현기(45·여) 회원은 "예쁜 꽃을 심으면 당장 보기에는 좋지만 자생식물을 교란시킬 수 있고, 조경석으로 멋지게 꾸민 제방은 하천 특성에 맞지 않는다"며 "지역 특성에 맞는 하천 복원을 위한 중장기 계획을 수립하는 게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래픽/백유진기자·persona7967@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