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례문 방화 용의자 채모(70)씨가 토지 보상 문제에 대한 불만을 범죄로 표출하려 했던 것으로 추정되면서 정확한 범행 동기와 범죄 심리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렇다면 이제까지 영화 속 방화범들의 심리는 어떻게 그려져 왔을까. 영화는 허구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만들어지는 만큼 방화범의 심리를 자세히 묘사하고 범죄의 배경을 단정적으로 설명하는 편이다.


증오심에 불타는 '사이코'로 묘사
■정신질환과 관련 = 범죄심리 전문가들이 정신질환으로 방화를 반복해 저지르는 '방화광'은 그리 많지 않다고 지적하는 것과 달리 영화에서는 방화범을 정신이상자로 묘사하는 경우가 많다. 신현준·정준호 주연의 '싸이렌'(2000년)에서는 알 수 없는 증오심에 불타는 미치광이가 범인으로 나온다. 이 방화범은 혼자만의 착각에 빠져 사는 명백한 '사이코'로 그려진다. 영화는 단순히 정신이상자로 묘사하는 것을 넘어서 범죄자가 범죄를 저지르게 되는 명백한 원인 또는 배경까지 부여하기도 한다.

최민수·차승원 주연의 '리베라메'(2000년)에서 방화범 희수(차승원)는 어린 시절 끔찍한 폭력을 휘두르던 아버지로부터 받은 정신적 상처를 안고 산다. 그는 가석방으로 출소한 뒤 예전에 자신이 치료를 받은 적이 있던 병원에서 근무하는데, 방화가 바로 그가 선택한 '리베라메(나를 구원하소서)'의 방식이다.


불만 표출·사회적 관심끌기의 한 방편
■사회에 대한 불만 = 숭례문 방화 용의자는 자신의 불만과 분노를 표출하고 사회적 관심을 끌기 위해 방화를 저지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영화 속 범죄자 역시 사회에 불만을 갖고 사람들의 이목을 단번에 끌기 위해 '흉기'로 화마를 선택하는 것으로 그려진다. '리베라메'에서 범죄자가 정신적 결함을 갖게 된 이유는 개인사에 있지만 결국 세상을 어두운 눈으로 바라보기 시작하면서 방화로 억눌린 감정을 표출하게 된다.

론 하워드 감독의 영화 '분노의 역류'(1991)에서 범인이 사회에 불만을 품게 된 이유는 대단히 구체적이다. 주인공이 소방관인 이 영화는 극적 효과를 높이기 위해 범인을 주인공의 동료인 현직 소방관으로 설정한다. 이 방화범은 돈을 벌기 위해 소방인력을 감축하고 소방관의 생명을 위협한 시의원 스와이잭과 그 동료들을 살해하기 위한 분명한 목적을 품고 범죄를 저지른다.

그러나 불특정 대상을 겨냥하는 범죄를 소재로 삼은 최근 영화들은 점점 정신질환이나 사회에 대한 불만 등 범죄의 명백한 이유를 찾기보다 불분명한 암시에만 그치는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