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면 1:새학기가 시작되고 한달여가 지난 지난 2007년 4월. 인천 계양구 계산동의 한 식당에서는 A고교의 교장과 1학년 부장, 담임교사, 학부모 등 3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식사 모임이 열렸다. 이 자리에선 1인당 2만5천원 상당의 한정식이 제공됐고 식사비는 모두 95만원이었다.
식사비는 이 자리를 주선한 1학년 어머니회가 도맡았다. 이 자리는 신입생 어머니들이 1학년 담임교사들과 상견례를 하기 위해 마련됐다.
A고 어머니회는 또 학부모 1인당 5만~10만원씩을 내, 모두 290만원의 회비를 모아 야유회 비용과 회식비 등으로 지불했다. 인천시교육청은 이를 적발, 학교장에 경고처분하고 받은 돈을 돌려주도록 했다.
■ 장면 2:남구 B고교의 학부모회는 작년 3월부터 4월까지 회원 60명에게 1인당 30만원을 회비로 모금했다. 회원 중 총학생회장 학부모는 100만원, 1·2학년 부회장의 학부모는 각각 70만원씩을 내도록 했다. 이렇게 모금된 회비는 2천만원을 넘었다. 이 돈은 교사들과의 식사비나 야유회비로 썼다. 이 학교의 학교장도 경고처분을 받았다.
시교육청이 인천지역 초·중·고교에서 공공연히 벌어지고 있는 찬조금 모금행위에 대해 칼을 빼들었다.
시교육청은 올해를 '불법 찬조금 근절의 원년'으로 선포하고 불법 찬조금 모금 행위가 발생하는 학교와 향응·금품을 받는 교사는 중징계할 방침이다.
12일 시교육청이 밝힌 '불법 찬조금 근절 추진계획'을 보면, 지난 한 해 동안 초교 2개교를 비롯 중학교 3개교, 고교 7개교 등 모두 12개교에서 학부모단체가 교직원 회식비와 상견례비, 운동부 후원 등의 명목으로 찬조금을 모금하다 적발됐다. 2006년에는 14개교가 적발됐고, 2005년에는 46개교에 달했다.
시교육청은 올해부터 불법 찬조금 모금행위가 있는 학교는 연구시범학교 선정 대상에서 원천적으로 배제하도록 했다. 감사담당 공무원 1명이 6개교씩 학교를 담당하는 '학교 책임지도제'도 도입했다. 감사담당관은 학교별 학부모 자생단체 구성과 회비모금 실태는 물론 학교장의 불법 찬조금 근절 의지와 노력 정도를 따지기로 했다.
특히 '금품·향응 수수 관련 징계 기준'이 대폭 강화됐다. 금품·향응 수수액의 최소 처분 기준액을 500만원에서 10만원으로 크게 낮춘 것이다. 또 교사 등이 직무와 관련하여 학부모로부터 적극적으로 금품·향응을 수수하고, 위법·부당한 처분을 한 경우 100만원 미만이면 해임 또는 파면하도록 했다. 의례적인 금품·향응 수수의 경우에도 금액이 1천만원 이상이면 파면된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각급 학교장의 적극적인 지도 감독 의지 부족과 일부 학부모들의 그릇된 인식으로 불법 찬조금이 완전히 근절되지 않고 있다"며 "불법 찬조금 모금은 학생들간 위화감을 조성하고 교육의 신뢰성을 떨어뜨리는 만큼 학부모와 교사들의 적극적인 협조를 당부한다"고 했다.
'돈 봉투' 받은 교사 '사직서' 받는다
시교육청 '불법찬조금 근절 원년' 선포
입력 2008-02-12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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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2-13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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