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는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뿐 아니라 미국 영화비평가협회 최우수 외국어영화상, 유럽영화상 최우수 작품상과 최우수 감독상, 로스앤젤레스 영화비평협회 최우수 외국어영화상과 최우수 남자조연상, 산 세바스티안 영화제 영화평론가상 등을 휩쓴 작품이다.
어찌 보면 이 같은 화려한 수상 경력이 오히려 영화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를 어렵게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이 영화를 보고 그다지 훌륭한 영화가 아니라고 느껴졌을 경우 자연스럽게 '내 안목에 문제가 있는가 보다'라는 불안감이 엄습할 테니 말이다.
어쨌든 '4개월, 3주…그리고 2일'은, 대부분의 예술영화가 그렇듯, 그다지 재미있는 영화는 아니다.
불법낙태 문제를 과도할 정도의 사실적인 카메라를 동원해 담은 이 영화는 보고 있는 사람을 몹시 불편하게 만든다.
영화의 시대적 배경은 차우셰스쿠 독재정권 치하에서 낙태가 철저히 금지됐던 1987년의 루마니아다.
대학 기숙사 룸메이트인 여대생 오틸리아(안나마리아 마링카)와 가비타(로라 바질리우)는 시내의 한 허름한 호텔을 예약한다.
원치 않은 임신을 하게 된 가비타의 불법 낙태수술을 위해서다. 어렵사리 구한 돈으로 낙태 시술을 받기로 한 날, 오틸리아는 정부의 삼엄한 감시를 피해 가비타 대신 불법 낙태 시술자 베베(불러두 이바노트)를 만나 호텔로 안내한다.
하지만 당초 베베가 요구했던 안전한 호텔이 아니라는 사실부터 시작해 임신 2개월이라고 속였던 가비타가 실은 임신 4개월이라는 사실까지 들통나자 베베는 시술을 거부한다.
오틸리아와 가비타는 돈을 더 주겠다며 사정하지만, 베베는 돈 대신 다른 것을 요구하고 결국 오틸리아가 친구를 위해 베베와 섹스를 해주고 수술을 받게 해준다는 데 합의한다.
이 영화에 다른 특별한 줄거리나 영화적 장치는 없다. 처음부터 끝까지 가비타의 낙태수술을 둘러싼 에피소드를 가지고 영화를 끌고 나간다.
별다른 배경음악이나 음향효과도 없어서 호텔 밖에서 자동차가 지나가는 소리라든가 사람들이 떠들고 노는 소리 같은 이런저런 소음이 오디오에 그대로 담겨 있다.
당시 유행했던 낙태 시술에 대한 사실적 묘사가 매우 인상적이며 가비타의 경솔함으로 야기된 이런저런 아이러니한 상황에 대한 건조한 묘사도 영화의 리얼리티를 돋보이게 한다.
영화 속 상황이 실제인 것 같은 착각이 들도록 만드는 주연 배우들의 빼어난 연기 역시 영화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한다.
영화를 보는 내내 불편함을 느껴야만 했던 것은 강렬한 소재가 가진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관객에게 전달하는 문주 감독의 연출력이 뛰어나다는 방증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영화의 제목인 '4개월, 3주…그리고 2일'은 가비타의 임신기간과 낙태수술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기 위한 기간을 의미한다.
28일 개봉. 청소년 관람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