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의진(경기도 제2청 홍보담당)
1970~80년대, 자동차가 많지 않던 시절 열차는 서울을 오가는 최고의 교통수단으로 서민의 발 역할을 해왔다. 어린 시절 부모님과 함께 서울의 친척집이라도 가려면 비좁은 열차 좌석 한귀퉁이에 앉아 따분한 마음에 엉덩이만 들썩거리던 추억, 친구와 여행시 만원열차로 대화마저 눈치를 보며 지루하게만 느껴지던 열차여행, 이제는 찾아보기 힘들 것 같다.

코레일은 지난 4일부터 장항선(용산~장항~군산~익산)에 미니 콘서트룸(노래방)과 테라피룸, 인터넷 PC방 등을 갖춘 '달리는 열차카페'를 운영한다고 한다.

달리는 열차카페는 크게 문화체험 공간과 식음료를 즐길 수 있는 스낵 공간으로 꾸며져 있다. 문화체험 공간인 미니 콘서트룸은 2개의 좌석이 있는 2개 방을 설치해 곡당 1천원, 30분당 1만원의 요금으로 기존 노래방처럼 사용할 수 있다. 테라피룸은 최신 안마의자가 설치되어 있어 여행 중 지친 심신을 풀기에는 더할 나위 없다.

이외에도 비즈니스맨들이 무선 인터넷을 할 수 있도록 컴퓨터 4대를 설치하고 어린이 고객을 위한 아케이드 게임기 2대도 설치했다. 스낵 공간인 스낵바에는 음료를 즐기며 편안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널찍한 공간도 마련해 놓았다.

이제 열차도 단지 운송 수단으로만 보지 말고 테마가 있는 일종의 관광자원으로 바라봐야 한다. 2004년 4월부로 41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진 서울 교외선(서울~의정부), 1963년 8월 개통해 북한산을 넘나들었던 교외선은 KTX 시대를 맞아 적자를 면치 못하고 화물수송전용선으로 변경되었다.

17개 역사(서울역~신촌~가좌~수색~화전~강매~행신~능곡~대곡~대정~원릉~삼릉~벽제~일영~장흥~송추~의정부)에 정차하며 하루 세 번 한시간 반 동안 48.3㎞를 왕복, 서민의 발 역할은 물론 역 주변 아름다운 경치와 더불어 연인들의 추억 쌓기에도 일조해 왔던 교외선이 지금은 덩그러니 철로만 남아 있다.

서울교외선이 적자 때문에 폐지된 것은 아니라고 하지만 한 번 운행하는 데 수백만원의 적자를 감내하기에는 당시 사정으로 쉽지 않았을 듯싶다. 하지만 지금은 여건이 달라졌다. 수도권 북부지역이 계속 신시가지로 바뀌어 이 노선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기름값 인상으로 대중교통 선호도가 높아졌다. 특히 주 5일제 근무로 장흥, 송추는 물론 대부분의 역 근처 경관이 아름다워 찾는 이들이 많다. 종합적인 여건으로 볼 때 지금 입장에서 본다면 폐지할 정도의 적자노선은 아닌 것 같다. 여기다 이벤트 행사를 곁들여 테마가 있는 열차운행을 한다면 승객을 끌어모으기에 충분하지 않을까?

KTX가 생기면서 서울교외선은 물론 통일호까지 사라지고 무궁화호도 운행이 줄어들고 있다. 스쳐 지나가는 주위경관을 바라보는 기차의 참맛을 KTX에서는 느낄 수 없다. 사람의 삶에 있어 빠르고 경제적인 것만이 능사는 아닐 것이다. 조금은 비경제적이더라도 많은 것을 느낄 수 있고 편안함을 주는 것이라면 더 좋지 않을까? 표를 끊고 열차를 기다리는 동안 생각에 잠기거나 친구와의 노닥거림에서 기다림의 여유가 있는 생활을 배울 수도 있을 것이다.

음식 패턴도 이제 패스트푸드에서 슬로푸드로 바뀌고 있듯 생활패턴도 여유로움을 추구한다. 이제 열차도 교통수단으로서 빠른 것과 함께 감상하고 느끼는 문화공간으로도 공존할 수 있다. 재정적 적자 때문에 운행이 폐지되었다면 보전방안을 강구하여 다시 운행하면 된다. 서민의 발 역할과 함께 문화공간으로 거듭난다면 재정적 보전은 충분히 할 수 있다.

물류의 요충지였던 나루터 복원사업 등 조상의 숨결이 살아있는 문화복원사업과 더불어 역사성 있는 교외선도 복원해서 활용한다면 관광자원으로서 충분한 가치가 있다.

41년 만에 역사속으로 사라진 서울교외선, 4년 만에 다시 부활해 '경기교외선'으로 새롭게 개통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