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의 벽은 높고 두터웠다.

   세계 64강이 겨루는 월드골프챔피언십(WGC) 악센추어 매치플레이챔피언십에서 최경주(38.나이키골프)가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미국)에 막혀 4강 진출에 실패했다.

   최경주는 24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투산 갤러리골프장 남코스(파72.7천351야드)에서 열린 대회 8강전에서 우즈에 3홀차로 졌다.

   초반에 주춤거린 우즈의 빈틈을 파고 들지 못한 게 아쉬운 한판이었다.

   1번홀(파5)에서 우즈의 티샷이 페어웨이를 한참 벗어나 덤블 속에 떨어지면서 쉽게 1홀을 앞선 최경주는 2번홀(파4)에서 5m 버디를 잡은 우즈에게 금세 추격을 허용했다.

   이어진 7개홀 동안 우즈는 버디를 하나도 뽑아내지 못하며 제자리 걸음을 걸었지만 최경주 역시 버디 사냥에 실패,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지루한 파 행진을 거듭하며 팽팽하던 승부의 균형은 10번홀(파5)에서 우즈가 칩인 이글을 잡아내면서 깨졌다.

   두번째샷을 그린에 올리지는 못했으나 그린 밖에서 웨지로 친 볼이 홀에 빨려들어가면서 우즈는 1홀 앞서 나갔다.

   12번홀(파4)에서 8m 짜리 버디 퍼트를 집어넣어 2홀차로 달아난 우즈는 14번홀(파3)에서는 7m 버디 찬스를 놓치지 않아 3홀차로 벌렸다.

   최경주는 15번홀(파4)에서 두번째샷을 홀 1.2m 옆에 붙여 1홀을 만회하는 듯 했지만 우즈가 10m짜리 버디 퍼트를 먼저 집어넣는 바람에 추격의 실마리를 풀어내지 못했다.

   경기는 둘 다 파를 적어낸 16번홀(파3)에서 끝나고 말았다.

   우즈는 "샷이 좋은 최경주는 아주 힘든 상대였다"고 말했다.

   2003년 첫 대결에 이어 이 대회에서 우즈에게 2전 전패를 당한 최경주는 역대 최고 성적(8강)을 내는 데 만족해야 했다.

   우즈는 곧이어 벌어진 4강전에서 작년 대회 우승자 헨릭 스텐손(스웨덴)마저 3홀차로 완파, 결승에 진출했다.

   지금까지 아홉차례 이 대회에 출전해 세차례 결승에 오른 우즈는 스튜어트 싱크(미국)를 상대로 통산 세번째 우승에 도전한다.

   우즈는 2000년 처음 결승에 올랐으나 대런 클라크(북아일랜드)에게 졌고 2002년과 2004년에는 2연패를 달성했다.

   8강전에서 앙헬 카브레라(아르헨티나)를 3홀차로 제압한 데 이어 4강전에서 저스틴 레너드(미국)에 4홀차로 압승을 거둔 싱크는 2004년 NEC인비테이셔널 우승 이후 85개 대회에서 한번도 정상을 밟아보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