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만든 영화는 관객이 알아본다"

(서울=연합뉴스) 김가희 기자 = "잘 만든 영화는 관객이 알아본다."
올 들어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과 '추격자'가 침체에 빠진 한국영화의 자존심을 회복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 여자핸드볼팀을 소재로 한 '우생순'은 전국 관객 400만 명을 넘어서며 아직도 흥행 순위 11위를 기록하는 등 꾸준히 관객을 모으고 있다.

   '추격자'의 흥행 성적은 기대를 넘어선다.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이라는 한계를 갖고 있음에도 개봉 2주차에 첫 주보다 더 많은 관객을 불러모으며 불과 열흘 만에 전국 관객 170만 명(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집계)을 넘어서 거침없는 흥행 질주가 예상되고 있다.
두 영화 모두 개봉 전까지는 어느 누구도 이처럼 대중적인 성공을 거두리라고 예상하지 않았다.

   '우생순'은 지금까지 대중영화와는 거리가 멀었던 임순례 감독의 연출작인 데다 비인기 종목인 핸드볼을 소재로 했다는 점에서 투자에도 난항을 겪었다.

   '추격자' 역시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신예 나홍진 감독의 장편 상업영화 데뷔작이라는 점에서 관심권내에 들지 않았다. 그러나 시사회 후 치밀한 시나리오, '미드' 못지않은 탄탄한 구성, 긴장감 넘치는 영상, 배우들의 호연이 어우러져 입소문이 나며 영화 팬들을 흥분시켰다.

   2003년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의 범죄 영화였던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을 연상케 한다는 박수를 받으며 나홍진 감독은 '제2의 봉준호 감독'이라는 평가를 얻어내기도 했다. 상업영화 데뷔작이지만 단편영화로 주목받았고, 작품성과 대중성을 한꺼번에 보듬어 안았다는 점에서 그렇다.

   두 영화의 성공을 바라보는 영화계는 "잘 만든 영화는 관객이 결코 외면하지 않는다는 평범한 사실을 일깨워줬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두 영화는 수 년에 걸친 치밀한 준비 끝에 만들어졌다. '우생순'은 2004년 올림픽이 끝나자마자 기획되기 시작했으며, '추격자'는 나 감독이 6년간 준비해 만든 작품.

   영화평론가 심영섭 씨는 "두 영화 사이의 공통점은 단 하나다. 잘 만들었다는 것"이라며 "그게 감동이든, 긴장이든 원했던 타깃층의 정서를 관객에게 잘 전달했다"고 칭찬했다.

   그는 "'추격자'의 경우에는 심지어 홍보의 열세에도 불구하고 오직 입소문만으로 이 같은 성과를 거뒀다. 작품 자체가 잘 만들어지면 한국영화도 승산 있다. 한국영화가 위기라고 하지만 관객은 잘 만들어진 한국영화를 언제든 다시 사랑할 준비가 돼 있다는 걸 새삼 느꼈다"고 덧붙였다.

   여성영화인모임 대표이자 영화홍보사 올댓시네마의 대표인 채윤희 씨는 "'우생순'의 경우 기획의 힘이 뛰어났던 영화이며 '추격자'는 영화 자체와 배우들의 연기에서 땀이 느껴졌던 영화"라며 "두 영화의 성공은 영화인들에게 기본에 철저해야 한다는 단순한 명제를 일깨워주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가치가 있다"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