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전 6시, 수원시 화서시장 입구. 쭉 늘어선 관광버스 앞에 지켜선 한 사내의 눈빛이 예사롭지 않다. 경기도선거관리위원회(이하 도선관위) 소속 선거부정 감시단원인 이홍익(46)씨. 그는 미리 입수한 관광객 명단을 통해 어제 사전조사를 마쳤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직접 현장 확인에 나선 것이다. 별다른 '혐의'를 찾지 못한 이씨는 “봄철 단체관광이 늘어나면서 저희같은 사람들은 그만큼 바빴졌죠”라며 발길을 인근 약수터와 체육관으로 돌렸다.
오전 8시. 이씨는 아침을 빵으로 간단히 때운 뒤 팀원들을 만나기 위해 서둘러 도선관위(수원시 팔달구 우만동)으로 향했다. 원래 3인 1조로 돌아다녀야 하지만 이번 지방선거에는 한 선거구당 적게는 10여명, 많게는 20여명의 후보자가 출마하다보니 같이 다닐 수 있는 형편이 못된다고 한다.
“3명이 해야 할 일을 혼자서 하려면 당연히 힘들죠. 사진이나 비디오도 찍어야 하고, 일지도 작성해야 하고, 감시도 해야 하니…”라고 말하는 감시단원 임모(41·여)씨의 얼굴엔 누적된 피로감이 엿보였다.
다시 뭉친 팀원은 서둘러 수원시 화서초등학교로 향했다. 운동회는 아직 시작도 안했지만 이 지역 출마자 11명이 이미 유권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었다. 이들은 후보자들이 불쾌해하지 않을 만큼의 거리를 유지한 채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했다. 봄볕에 지쳐갈 쯤 선관위 사무실에서 전화가 걸려왔다. 모 후보가 식당에서 향응을 제공하고 있다는 제보였다.
이씨는 카메라를 들고 부리나케 가봤지만 허탕이었다. 식당 주인은 “그런 사람들은 아예 오지도 않았다”고 오히려 이상하게 쳐다봤다. “업무 담당자는 1~2명에 불과한데 신고 전화는 하루 200건이나 됩니다. 하지만 막상 출동해 보면 아무 문제가 없는 경우이거나 장난 전화인 경우가 태반이죠.”
특히 일부 유권자들은 지난해부터 출마자들이 예비후보 자격으로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잘 몰라 무턱대고 신고부터 하는 바람에 애를 먹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한다.
시간은 흘러 오후 2시. 셋중 팀장격인 한대수(57)씨가 뜬금없이 가게에서 사탕과 음료수를 사들고 왔다. “경로당에 가야 되는데 노인분들 성화가 대단해요. 선관위 때문에 사탕 하나 얻어 먹기도 힘들어졌다며 역정이거든요. 그래서 저희가 사들고 가는 거예요.”
어디를 가든 환영받지 못하는 선거부정 감시단원들. 한씨는 “심지어 유권자들조차 괜히 심문받는 것 같다면서 일제 순사 대하듯 할 때는 정말 속이 상한다”고 말했다.
일당 4만원의 선거부정 감시단원들은 이처럼 하루종일 발이 부르트도록 현장을 돌고 돈다. 건수(부정선거)를 많이 올린다고 인센티브가 있는 것도 아니다. 어디 한군데 초대받지도 못하고, 어느 한사람 반겨주지 않지만 보람은 있다.
올해 4번째로 부정선거 감시단원으로 활동하는 한씨는 “확실히 갈수록 선거가 깨끗해지고 있어요. 선거관리위원회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우리가 일조하는 것은 맞죠?”라며 멋쩍게 웃으며 오늘도 20㎞가 넘는 거리를 강행군하고 있다.
한편 도선관위는 이번 지방선거의 부정·불법을 감시하기 위해 총 2천명의 부정선거 감시단원을 24시간 체제로 운영할 예정이다.
[Zoom in 5·31] "초대받지 않은 손님이지만 보람"
입력 2006-05-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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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5-10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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