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한구 (수원대 경상대학장·객원논설위원)
신중산층이란 용어가 있다. 외국에서는 지난 20년간 시장개방과정에서 새로 생겨난 중산층을 지칭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훨씬 다의적인 의미로 사용하고 있을 뿐 아니라 개념도 모호한데 그러한 예로는 '30~40대 초반의 중산층' 혹은 '최근에 새로 중산층에 편입된 사람들' 내지는 '젊고, 직업적으로 전문성이 강하고 고학력이며, 문화적인 소비에 대한 관심이 높은 중산층' 등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중산층을 중간치 소득의 50~150%에 속하는 계층으로 정의하고 있으나 나라마다 약간씩 다른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전체가구를 소득수준별로 10%씩 10개 계층으로 나눈 데서 상위 30~40%권에 드는 집단, 즉 2007년 기준 월소득 340만원 이상인 계층으로 해석하고 있다. 반면에 스스로 중산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생활수준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자기 집이 있고 중형승용차를 타고 다니며 자녀를 사립대학에 보낼 수 있는 정도의 소득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아시아의 경우 중산층이 2004년 1억6천만명에서 2009년에는 4억여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중산층 비율이 1997년 70%에서 10년 만에 50%로 쪼그라들었다. 더 심각한 것은 소득은 평균 이상이나 지출되는 돈이 많아 가난뱅이 아닌 가난뱅이 생활을 하는 화이트칼라 신중산층이 급속하게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초 삼성경제연구소가 밝힌 월 500만원 이상 고소득자의 소득대비 부채비율이 142%를 상회하고 있다는 점이 이를 반증한다.

중산층 가계의 재정이 취약한 것은 작금 라이프스타일의 변화 내지는 살림을 제대로 못한 당사자 탓이나 정책에 기인한 바가 더 크다. 노무현 정부는 집권기간 내내 부동산가격안정에 올인한 결과, 주거비만 대폭 올리는 꼴이 되고 말았다. '삼불' 교육정책으로 사교육비는 사상최고를 기록, 교육비가 미국이나 일본에 비해 월등하게 높다. 장기간 내수부진으로 실질소득은 제자리걸음 중인데 지출은 날로 늘어만 갔으니 적자 가계가 속출할 수밖에 없었다. 중산층이 특히 증시로 몰려든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세금은 중산층 봉급쟁이들을 더욱 옥죄었다. 통계청이 지난 14일 발표한 '2007년 4분기 및 연간 가계수지동향'을 보면 현 정부 5년(2002~2007년) 동안 도시근로자가구의 소득은 32% 증가한 반면에 세금은 53%나 늘어났다. 세금증가율이 소득증가율의 1.66배로 소득은 100원 늘었는데 세금으로 166원을 거둬갔다는 뜻이다. 역대 정부에 비해 파격적으로 높은 비율이다. 잘못된 소득세 구조가 가장 큰 원인이다. 그동안 물가상승 등으로 봉급쟁이들의 소득액은 늘었으나 1996년 이후 지난해까지 12년 동안 단 한 차례도 과세표준(세금을 매기는 기준금액) 구간을 변경하지 않았었다. 근로소득세가 물가상승 이상으로 오르는 것은 당연했다. 또한 최근 5년간 세수실적에서 근로소득세 증가율(35.2%)이 종합소득세 증가율(17.4%)보다 2배나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만 해도 국민들의 비소비지출 증가분 중에서 조세는 12.5%이나 도시근로자가구의 조세는 13.7%로 으뜸이다. 이자 및 배당소득세율에 비해서도 근로소득세율이 월등하게 높다. 과표구간을 물가상승에 연동시키는 것은 물론 세목(稅目)간 과세불공평을 시의적절하게 조정하는 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상식이다.

문제는 또 있다. 양극화를 해소한다며 최저생계비를 지속적으로 인상하는 등 저소득층의 세부담을 과도하게 줄인 나머지 과세비율은 급기야 50%대로 축소됐다. 재정수요는 갈수록 늘어나는 반면 과세대상은 오히려 줄어들었으니 중산층의 세부담은 점차 커질 수밖에 없었다. 참여정부는 파이를 키우기보다는 파이를 재배분하는 데만 급급, 중산층의 부실을 초래했던 것이다. 고용불안은 더 심해지고 국제경제의 불확실성도 점증하는 등 사방이 지뢰밭인데 이 중 어느 하나라도 잘못된다면 빛좋은 개살구격인 신중산층의 신빈곤층으로의 전락은 시간문제다. 중산층 70% 복원을 목표로 한 MB노믹스를 주목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