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프로배구 삼성화재 블루팡스의 9년차 레프트 석진욱(32)이 공수 양면에서 감초 같은 활약으로 소속팀의 선두 질주를 보이지 않는 곳에서 견인하고 있다.

   시즌 중반부터 김정훈과 손재홍을 제치고 주전으로 낙점받은 석진욱은 삼성화재가 추구하는 조직력과 수비 배구의 핵심 선수. 포지션은 레프트지만 리베로 뺨 치는 수비 실력은 그의 트레이드 마크다.

   2006년 4월 현대캐피탈과 챔피언결정전에서 왼쪽 무릎 십자인대가 파열되는 부상을 입었던 석진욱은 오랜 재활을 거쳐 올해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석진욱의 가치가 무엇보다 돋보이는 것은 서브 리시브와 수비.

   리시브 성공률 77.09%로 다른 팀 수비 전문 선수들을 제치고 부문 1위에 올라 `제2의 리베로'나 다름없다.

   시즌 전부터 공격 연습보다는 수비 훈련에만 몰두했던 석진욱이 정상급 리베로 여오현과 함께 코트 양쪽에 서 있기만 해도 상대팀은 서브를 넣을 곳을 찾기가 힘들 정도다.

   석진욱의 안정된 서브 리시브는 세트 플레이로 이어져 삼성화재가 추구하는 조직력 배구의 기초가 된다.

   186cm의 단신인 그를 신치용 감독이 중용하는 이유다.

   석진욱의 활약은 가끔 참여하는 공격에서도 빛을 잃지 않는다.

   키가 크지 않아 높은 토스를 받는 오픈 스파이크는 자주 때리진 않지만 세터 최태웅과 손발을 맞춘 속공 공격과 시간차 공격은 물이 오를 대로 올랐다.

   부상에서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시즌 초반에는 점프가 어려워 공격에 애를 먹었지만 몸 상태가 좋아져 타점이 살아나면서 강타와 연타를 적절히 섞은 스파이크로 상대 블로커들을 농락하고 있다.

   스파이크를 때리는 순간의 판단 능력 뿐 아니라 점프를 하기 전 움직이는 순간의 속임수 동작까지 뛰어나 상대편 수비수들은 석진욱의 공격에 블로킹 시도조차 해보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팀의 날개 공격수 중 가장 높은 52.99%의 공격 성공률이 석진욱이 가진 배구 센스를 입증한다.

   석진욱이 쏠쏠한 활약으로 득점에 가담함에 따라 주포인 안젤코 추크에게 집중되기 쉬운 삼성화재의 공격 루트에도 숨통이 트였다.

   여기에다 시즌 초반 걱정했던 체력 저하도 지난 여름 많은 훈련량을 소화한 덕분에 아무 문제가 없다.

   석진욱은 "어려운 서브는 대부분 여오현이 전담하고 나는 쉬운 서브만 받아 성공률이 높은 것 뿐"이라며 "공격도 최태웅이 블로커들을 따돌려주고 주변에서 많은 조언을 해줘 좋은 느낌을 계속 유지할 수 있다"고 겸손함을 보였다.

   그는 "부상에서 많이 회복돼 올해는 최근 3년 중 가장 몸 컨디션이 좋다"면서 "삼성화재가 실업 시절 겨울리그 9연패를 한 뒤 프로에서 우승을 못하고 있는 것이 무척 아쉽다. 은퇴하기 전에 10번째 우승이라는 숫자를 꼭 채우고 싶다"고 정상 탈환 의지를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