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가 뭐가 문제인가?' 청와대는 국민들이 흥분하자 이렇게 응수했다. 부를 축적하는 것이 유능함의 표상이라 생각하는 이명박 대통령과 새 정부 관계자들의 철학이 깊게 배어 있다. 그렇다. 부자가 문제라 생각하는 국민이 어디 있겠는가? 정당한 노력으로 얻은 부는 존경의 대상이지, 경멸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정작 문제가 되는 것은 청와대나 장관 후보가 된 분들의 언행이 국민적 상식이나 정서와는 너무 동떨어져 있다는 것 아닐까 싶다. "자연의 일부인 땅을 사랑할 뿐 투기와는 전혀 상관없다" "유방암 검사를 했는데 암이 아니라는 결과를 보고 남편이 기뻐하며 서울 서초동 오피스텔을 사줬다" "부부가 교수 25년 하면서 재산 30억이면 다른 사람과 비교해도 양반 아니냐"는 등 한마디 한마디가 어록에 남을 만한 언급들이다.
무엇보다 지나치게 많은 땅과 건물을 소유하고 있고 또 사고팔기를 반복한 것이 투기를 통해 불로소득을 얻고자 하는 것 말고 무엇으로 설명될 수 있는지 의문이다. 좁은 국토에서 땅과 주택을 투기의 대상, 재산증식의 수단으로 삼다보니 서민의 허리를 휘게 만들고 경제의 발목을 잡는 지경에 이르렀다. 부동산투기 망국론이 괜히 나온 말이 아니다. 부동산투기를 막는 것이 사회정의이며 공동체의 합의일 수밖에 없다. 지금 상황에서는 경제를 살리는 길이기도 하다. 게다가 벌써부터 새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재개발·재건축 용적률 완화'와 '민간 분양가 상한제 폐지' 정책은 집값 상승을 부추긴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새롭게 도입한다는 '지분형 주택' 정책도 주택을 투자의 수단으로 인정하고 지속적인 집값 상승이 전제되어야 가능한 정책이니 집 없는 '서민'보다 다주택 보유자, 부동산자산가들에게 훨씬 더 친근한 정책이 아닐 수 없다. 이러다보니 땅부자 내각이 집 없는 서민들을 위한 주택정책을 펼치겠느냐는 국민적 의구심이나 거부감이 표출되는 것은 너무 당연하다.
청와대 대변인은 또한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체제에서 재산이 많다고 자격이 없다고 하면 흑백논리라며 중요한 것은 능력과 국가관'이라 했다. 이 또한 정당한 항변인지 모르겠다. 지금 장관 물망에 오른 분들 상당수가 교수인데 능력이 있는 교수라면 10년간 제대로 된 논문 한번 발표하지 않고, 제자들의 논문을 베꼈다는 의혹을 받는 이유는 무엇인가? 장관 후보의 절반에 가까운 분들이 국방의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이나 자녀들의 상당수가 국적을 포기한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 것인지 당혹스럽다.
우리는 역대 총리, 장관들이 위장전입, 부동산투기, 논문표절 의혹이나 자녀국적시비 등 도덕성 문제로 줄줄이 낙마한 것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이를 국민들이 용인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왕 물러날 것이면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정리되는 것이 여러모로 국익에 도움이 될 것 같다. 새 정부가 국민적 불신을 받으며 절름발이 정부로 출발하는 것보다는 다소 늦더라도 온전한 장관들로 구성되어 믿음직한 출발을 하는 것이 나은 것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