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아들의 뒤를 이어 뒤늦게 고등학교를 졸업한 40대 주부의 이야기, 이색적인 졸업 논문을 발표한 박사학위 취득자 등 '졸업식' '입학식'에 얽힌 각종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기쁨과 눈물이 뒤섞인 화제의 '졸업식' '입학식' 현장을 살짝 들여다 봤다. <편집자 주>
■ 수원 계명고 졸업 구정임씨
만학열정…대학 호텔외식 조리학과 진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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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수원 계명고등학교를 졸업한 구정임(47·여)씨는 졸업식에 대한 감회가 남달랐다.
지난 2007년 2월 이 학교를 졸업한 아들 김종식(26)씨의 뒤를 이어 꿈에 그리던 만학도의 꿈을 이뤄냈기 때문이다.
지난 80년 집안 사정으로 고등학교를 중퇴한 후 무려 28년만에 이뤄낸 '기적'이었다.
정임씨는 "아들이 집안 사정으로 방황하면서 고등학교를 중퇴했거든요. 야단도 치고 달래기도 하면서 2004년 겨우 계명고교에 입학시켜 2007년에 졸업을 시켰죠. 아들 뒷바라지를 하다보니 저도 공부에 대한 욕심이 생기더라구요"라고 했다.
구씨는 아들의 뒤를 이어 2006년 같은 학교에 입학했다.
이후 종식씨는 2007년에, 정임씨는 2008년에 각각 졸업을 하게 된 것.
구씨는 사실 '만년 지각생'이다.
화성 남양동에서 학교(수원 이목동)까지 20여㎞에 이르는 통학 거리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그래도 오후 10시까지 이어지는 수업에 지난 2년동안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참석, 졸업식에서 개근상까지 받았다.
구씨의 성과는 이 뿐만이 아니다.
성적도 최상위급이어서 학교장 표창까지 받은 것은 물론 올해 안양 대림대학 호텔외식 조리학과에도 합격하는 영예도 얻었다.
구씨는 "대학 졸업 후 내가 나만의 작은 식당을 운영하고 싶다"면서 "계명 학교에 다니면서 배운 가장 소중한 교훈은 꿈을 갖고 꾸준히 노력하면 언젠가는 그 꿈을 이룰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라고 했다.
■ 맹자눈으로 본 조용필 성대 박사학위 홍호표씨
가수 수양 정도가 음악의 질 좌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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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왕' 조용필씨의 노래를 맹자(孟子) 사상으로 분석한 박사 논문이 나와 화제다.
화제의 주인공은 지난달 성균관대학교 대학원에서 예술학 박사학위를 받은 홍호표(51)씨.
홍 연구자는 그의 논문 '조용필 노래의 맹자적 특성에 관한 연구'에서 조용필씨의 히트곡 100곡 안팎에 담긴 메시지를 맹자 사상의 틀에서 분석했다.
연구자는 논문에서 "조용필이라는 '슈퍼 스타'의 본질을 맹자의 사상 체계로 분석했다"면서 "한(恨)이 중요 축인 그의 노래는 한국인의 정서를 대변하며 이는 맹자와 한국인의 정서적 뿌리가 연결돼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오늘날 '슈퍼스타 현상'을 '왕도(王道) 실현'으로 파악했다.
이어 이익을 추구하는 요즘 세상에서 '대중'은 '선(善)'을 원하며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여민동락(與民同樂)'의 내용을 담은 노래와 인물(조용필과 그의 노래)에 끌린다고 전제했다.
그 후 그는 "항상 '고난'이 등장하는 조용필의 노래는 상투적인 남녀간의 사랑과 이별을 넘어 우주와 인간 본성에 대한 존재론적 고민이란 큰 테두리 안에서 발현된다"며 '킬리만자로의 표범'을 예로 들었다.
또 그의 노래에는 '네 탓'이 없고 '내 탓' '우리 탓'으로 표현되며 '너'와 '나'를 가르지 않는다는 점에서 조용필의 경우 가수 자신의 과욕과 수신의 과정이 노래를 통해 드러난다고 해석했다. 결국 진정한 슈퍼스타의 탄생은 가수의 '수신(修身)'과 뗄 수 없는 관계이며 '한 뿌리'에서 나오는 노래여야 계층의 문제를 극복하는 '중(中)의 음악이 될 수 있다는 것. 이러한 과정을 거쳐 가수는 대중과 한마음이어야 히트한다고 결론을 맺었다.
연구자는 그러나 이번 연구가 가사 중심으로 분석됐다는 한계도 스스로 지적했다. 그는 "똑같은 멜로디, 리듬도 누가 노래하느냐에 따라 음악 자체가 달라져요. 계량화하는 방법도 문제가 됩니다. 결국 가요는 조용필의 말대로 '마음에 있는 것을 하는 것'이므로 '누가 하느냐'의 문제로 귀결됩니다. 따라서 가수의 수양 정도가 음악의 질과 차원을 판가름하는 것"이라고 했다.
한편 연구자는 중앙 언론사 대중음악 전문 기자로 오랫동안 일해 왔으며 조용필씨와는 3번에 걸쳐 장시간 인터뷰를 하는 등 각별한 사이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 성대 특별 사회봉사전형 입학 이연경양
1532시간 사랑나눔에 푹 빠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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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주인공은 지난 1월 '21세기 우수인재상' 시상식에서 '봉사천사'로 상을 받은 이연경(20·예일여고 졸)양.
연경양은 상상을 뛰어넘는 봉사활동 시간으로 지난달 27일 성균관대학교 사회과학 계열에 입학하는 '행운(?)'도 얻었다.
연경양이 고등학교 3년 동안 독거노인과 장애인 기관을 찾아다니며 봉사활동한 시간만도 공식적으로 1천532시간. 하루 24시간으로 환산하면 무려 68일이다.
연경양이 이처럼 봉사활동에 '푹~' 빠진 데는 아버지 이경섭(48)씨와 학생 자원 상담 교사인 어머니 김효요(48)씨의 영향이 컸다.
이들 역시 이미 10여년이 넘게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자원봉사 베테랑'이기 때문이다.
특히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는 남동생(17)과 장애인 교육 활동을 함께 다니며 장애인 동생들을 돕기 시작한 것이 봉사활동을 시작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하지만 연경양은 "오히려 봉사활동을 하면서 참 많은 것을 배워요"라고 했다.
실제로 독거노인들에게 대접할 간식과 밑반찬 만드는 솜씨는 벌써 '수준급'이며 '핸드 마사지' 실력도 제법이다.
연경양은 "제가 봉사활동을 한다지만 실상 제가 어르신들과 장애우분들에게 '사람이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고 있는 셈이죠. 그러고 보면 제가 그분들에게 배우는 것들이 더 많은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이처럼 고등학교 시절부터 한장한장 모은 '봉사시간 증서' 덕분에 연경양은 지난 1월 21세기 지식기반사회에 부응하는 다양한 분야의 우수 인재에게 수여하는 '21세기 우수인재상' 시상식에서 '봉사천사' 상을 받았고 급기야 성균관대학교의 '특별 사회봉사 경력자 전형'에 당당히 합격할 수 있었다.
연경양은 "대학에서도 물론 사회복지학을 전공, 소외 계층과 장애인들을 위한 봉사활동을 계속할 생각"이라며 "하지만 졸업 후에는 PD가 되어 휴먼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만들어보고 싶다"고 했다.편집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