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후 2시 인천 남동구 길병원 장례식장 지하 2층 108호. 직장을 구하기 위해 1개월 전 인천으로 올라 왔다가 난데없는 화마에 목숨을 빼앗긴 김모(26)씨 가족들이 비통함을 참지 못하고 오열을 터뜨렸다.
김씨는 지난 1일 오전 9시40분께 남동구 간석4동 주상복합건물 3층 오피스텔에서 발생한 화재로 숨진 3명의 희생자 중 1명이다. 숨진 김씨는 지난 달부터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쌍둥이 동생이 살고 있는 이 집에서 함께 기거해 왔다. 그는 고등학교를 마친 뒤 고향에서 노동일을 해 왔단다. 쌍둥이 동생은 화재 전에 출근해 화를 면했다.
사촌형 김인호(40)씨는 "충남 태안의 고향이 집성촌이라 어릴적부터 친형제처럼 지내왔다"며 "초등학교 입학 전, 어머니가 돌아가시는 아픔이 있었는데도 활달하고 밝은 성격으로 대인관계가 좋았는데 갑작스레 이런 일을 당하게 돼 무척이나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불이 방화였는지, 실화였는지 정확한 원인을 밝혀달라. 이것만이 고인의 혼령을 달래줄 수 있는 방법"이라면서 눈물을 삼켰다.
이번 화재로 김씨와 이모씨(38), 김모(24·여)씨 등 3명이 숨지고 20명이 다쳤다.
경찰, 국과수, 소방서 등으로 구성된 합동감식반은 2일 오전 10시 30분부터 현장에서 2시간 가량 1차 감식을 벌였다. 합동감식반은 그 결과 최초 발화지점이 3층 복도 끝 방을 빼기 위해 쌓아 뒀던 이삿짐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불이 난 건물 3층은 볼링장으로 사용되다 지난 2004년 오피스텔로 개축된 건물로, 40㎡ 규모의 주거용 오피스텔 28세대와 관리사무실이 복도를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는 형태. 건물 내부가 좁고 연기가 빠져나갈 수 있는 창문이 없어 인명피해가 컸던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사고 현장에서 만난 김수연(22·여)씨는 "잠을 자다가 타는 냄새에 깨 현관문을 열어 보니 복도에 연기가 가득해 서둘러 나왔다"면서 "비상벨이나 화재안내방송 등은 없었다"고 했다.
경찰은 볼링장에서 오피스텔로 개축하는 과정에서 소방법이나 건축법 등 관련법 위반사항은 없었는지 여부도 가린다는 계획이다.
경찰은 정확한 화인 등 구체적인 수사결과가 나오기 까지는 2주 정도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