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성춘 (언론인·전 고려대 석좌교수)
케네디 대통령의 부친인 조셉 케네디의 평생 목표는 아들을 대통령, 그것도 위대한 대통령을 만드는 것이었다.

그러나 2차대전중 장남이 전사하자 차남인 존 F 케네디를 하원·상원의원이 되게 했고 1960년에는 막대한 자금을 풀어 대통령에 당선시켰다.

당선된지 10여일후 집에 들른 케네디가 "쓸만한 장관감은 사양하고 전혀 무용한 인물들은 거머리같이 찾아다니며 자리를 요구하고 있다. 요직 인선이 이처럼 어려운지 몰랐다"고 하소연 하는 게 아닌가.

얼마후 케네디 당선자는 백악관으로 퇴임하는 아이젠하워 대통령을, 미주리주 인디펜던스시로 트루먼 전대통령을 예방하고 인재등용에 관해 조언을 부탁했다. 두 원로는 한결같이 "전문적인 능력, 경륜, 애국심과 도덕성을 갖춘 인물을 발탁하라"고 충고했다.

케네디는 각계의 의견을 수렴, 고심끝에 새정부의 4대 핵심 각료에 국무는 국무성의 정통관료인 딘 러스크, 국방은 로버트 맥나마라 포드자동차 사장, 법무는 자신의 분신인 동생 보비 케네디 변호사를, 재무는 침체된 경제를 살리고 반대당을 끌어안기 위해 아이젠하워 정부의 재경통인 더글러스 딜론을 각각 기용했다.

이들에 대해 뉴욕타임스 등 주요 언론은 수십년래 최고의 드림내각, 드림팀이라고 평가했다.

미국은 새대통령이 정부의 장관·차관 및 백악관의 핵심참모들을 발탁-내정-임명하기까지 대체로 4단계의 검증을 한다.

첫단계는 대통령과 측근의 1차적 판단이다. 다음 단계는 FBI(연방수사국)에 의뢰해 학력, 경력, 경륜, 성격과 인간관계, 병력(病歷), 공·사직때의 공과 등을 조사케한다. 세번째 단계는 언론의 인물확인 인물평가다. 그야말로 끈기있게 악착같이 파헤친다.

마지막 단계는 상원의 소관위원회서의 인사청문회다. 내정된 인사는 1~2단계에서 제외될 수 있고 또 언론의 파헤치기로 낙마할 수 있다. 청문회까지 왔을때는 특별한 사례를 제외하고는 결국은 인준을 받게되는 것이다.

그런데 각 단계의 검증에서 가장 금기사항은 위법과 부정행위, 탈세 및 거짓말 등이다. 유능하지만 불법적, 부도덕한 것 보다는 능력이 조금 부족하지만 깨끗하고 정직한 것이 훨씬 낫다는 인식이다.

새로 출범한 이명박 정부가 당초 내정했던 15명의 각료들 중에서 통일, 여성, 환경 등 3명이 갖가지 불법 부도덕한 의혹으로 낙마했다. 이처럼 정권출범전과 직후에 무려 3명이나 각료내정자가 사퇴하게 된 것은 긴 얘기할 것 없이 검증이 부실하고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의 측근이 얘기하는, 인선검증에 시간이 너무나 짧다. 2만5천여명의 기록이 들어있는 정부의 인사파일이 정부기록보존소로 이전되어 수(手)작업하듯하다보니 허점이 있었다. 노무현 정부측에서 검증을 지원하겠다고 했으나, 보안상 사양했다는 해명은 수긍할 만하다.

하지만 그같은 어려운 여건속에서도 이명박 당선자의 첫 각료인선이니 만큼 최대한 검증에 나섰어야 했다. 당연히 문제와 흠이 있는 인사는 각료제의때 양심적으로 사양했어야 했다.

이러한 자퇴파동에 한나라당은 혹시나 18대 총선에서 감표(減票)요인으로 작용하는게 아니냐는 우려속에 청와대는 대변인을 통해 "국민에게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사과한데 이어 이 대통령도 지난 주말 비서관회의에서 "우리 자체에도 일말의 책임이 있다"고 검증의 부족, 부실을 시인했다.

이번처럼 파동이 지나면 잊어버릴게 아니라 고위직의 인사검증을 과학적·합리적으로 정확하게 할 수 있도록 구체적으로 방법을 법규에 명시, 제도화하는 작업을 서둘러야 한다.

정치는 인사요 행정도 인사다. 국정을 바르고 생산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적재적소의 바른인사가 기본이다. 땅투기, 위장전입, 탈법, 탈세, 표절 등은 당당한 고위공직자의 덕목이 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