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보르 타르쾨비(트럼펫)와 한샤오밍(호른), 올라프 오트(트롬본)는 각각 훔멜, R 슈트라우스, 그렌달의 협주곡을 첸주오황이 지휘하는 인천시향과 협연했다. 이들은 마지막 레스피기의 '로마의 소나무'에선 시향의 객원단원으로 참여하는 깜짝 이벤트도 선보였다.
첸주오황은 훔멜의 '트럼펫 협주곡'의 도입부를 생동감있게 열었다. 특유의 맨손 지휘를 섞어가며 적절한 리듬감으로 훔멜 특유의 고전적 향취를 잘 이끌어냈다. 이를 받아서 힘찬 1주제를 여는 타르쾨비의 트럼펫도 오케스트라와 적절한 대비를 이루며 다가왔다. 이와 같은 모습은 한샤오밍과 오트의 무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첸은 세 연주자와 협연에서 대체로 일관되게 여유로운 템포 설정 속에서 풍부한 표정을 통해 독주자들의 응답을 이끌어내고 있었다. 독주자들은 첸과 적절한 호흡 속에서 세부를 새겨나갔다. 특히 오트가 작품의 마지막 악장에서 클라이맥스를 한 호흡속에 하나의 프레이징으로 이어서 표출한 부분은 감탄을 자아내게 했다. 그만큼 곡의 주된 요소들을 세 연주자들은 특유의 기교로 또렷이 부각시켜 주었다.
이날의 메인이며 연주하기 수월치 않은 '로마의 소나무'에서 첸과 인천시향은 연주 내내 집중력있는 모습을 이어갔다. 소란스런 제1곡에 이어 2곡에서 바이올린 파트의 하모닉스(현악기에서 줄 위에 손가락을 가볍게 대고 진동의 마디를 만들어 배음을 얻는 방법)는 오케스트라 전체와 조화를 이루며 곡의 몽환적인 분위기를 잘 표출했다.
웅장한 행진곡풍의 제4곡에서 베를린에서 온 세 금관주자의 활약은 발군이었다. 이들은 곡의 구조를 명확히 하며 작품의 색채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데 일조했다. 이들을 중심으로 인천시향의 관 파트 또한 혼연일체의 모습을 보이며 레스피기의 난곡을 주조했다.
청중의 수차례 이어진 커튼콜 속에 시향은 마스카니의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 중 간주곡과 비제의 '아를르의 여인 모음곡' 중 '파랑돌'을 앙코르로 연주했다.
이날 공연장을 나서면서 문득 바렌보임과 시카고심포니가 연주한 말러의 '교향곡 5번'(1997년, 쾰른 실황)이 떠올랐다. 말러 교향곡의 가장 뛰어난 실황 연주 중 하나로 꼽히는 이 연주에서 주인공은 호른과 트럼펫 수석이다. 특히 트럼펫의 아돌프 헤르세는 고령의 나이임에도 호연을 펼치며 이 연주의 가치를 더했다. 동급은 아닐지라도 이와 같은 인상을 인천시향이 올해 첫 연주회에서 선보인 것이다.
베를린의 세 금관 수석과 함께 한 이번 음악회는 인천시향에 큰 자양분이 됐을 것이다. 관악기 주자들의 명인기가 요구되는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 등을 조만간에 인천에서 멋진 실황으로 접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