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학기 시작과 함께 인천지역 일선 고등학교에서 두발 규제를 둘러싼 논란이 거세다.

부평구 안남고 2학년 정모(17)군은 매일 오전 8시 학교 정문에서 학생부 교사들이 학생들의 두발을 단속하는 것이 불만이다. 이 학교는 작년까지 두발에 비교적 관대했지만, 올해들어 전교생의 머리 형태를 짧은 '스포츠형'으로 통일했다. 여학생들은 자유롭게 하되, '단정히 묶는다'는 규정을 신설했다.

정군은 "두발이 규정보다 조금이라도 길면 벌점을 받고, 이 점수가 누적되면 화장실 청소 등 교내 봉사활동을 해야 한다"며 "하지만 선생님들이 두발을 단속하는 이유를 알 수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김모(17)군은 개학 직전에 머리를 짧게 깎았는데, 더 짧게 해야 한다는 담임 선생의 지적을 받고 며칠만에 다시 이발을 했다. 1주일 사이에 두 차례나 미용실을 찾았다. 학교측이 '단정함'을 넘어 학생들이 누려야 할 '자유'를 너무 지나치게 제한한다는 게 김군의 생각이다.

심지어 남동구 지역 고등학교에 다니던 한 학생은 두발 제한을 피하고자 부평의 학교로 전학까지 하는 웃지못할 일까지 있었다. 그러나 지난 해까지 두발 제한을 하지 않던 이 부평의 학교가 올해부터 두발 규정을 두는 바람에 이 학생은 난감해 하고 있다.

인천고 2학년에 재학중인 아들을 둔 주부 이모(43)씨는 "개학을 앞두고 아들이 자발적으로 머리를 짧게 자르고 등교했지만 다음날 학교에서는 더 짧게 자르라고 했다"며 "감수성이 예민한 아이들에게 학교가 과도하게 규제하는 것 같다"고 했다.

제물포고는 학생회 대표와 학부모, 교사 등이 지난 해 11월 모여 학생들의 두발 규정과 관련한 학칙을 새로 마련했다. 긴 머리가 학습에 지장을 준다는 판단에 따라 스포츠형으로 짧게 하기로 합의한 결과다.

이 학교의 학생생활지도 담당 김모 교사는 "대다수 학생과 학부모들은 짧은 머리가 학생 신분을 알 수 있고, 면학 분위기에 도움이 된다는 것에 공감하고 있다"며 "일부에서 규제에 불만을 가질 수 있는 만큼 논란은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