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민배 (인하대 법대학장·객원논설위원)
태안 앞바다의 원유유출이 서산의 가로림만으로 확산된다는 뉴스를 듣고, 고향에 대한 미안함으로 가슴 졸였다. 사실 사고를 낸 그 크레인선은 인천대교의 상량식을 마치고 돌아가던 길이었다. 꽉 짜여진 공사일정 때문에 고향 앞바다에 재앙을 만들다니. 인천의 욕심이 간접적 원인을 제공한 것 같아 더 면목이 없다. 아마도 태안이 고향인 안상수 시장은 더 가슴이 아팠을 것이다.

그런데 인천을 위해 노력해온 안시장의 시정에 위험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인천도시엑스포 행사가 국제사회의 반발로 축소 혹은 방향전환을 해야 할 판이다. 용유·무의 관광지역 개발사업도 사업주체인 캠핀스키에 문제가 발생하면서 원점으로 회귀해야 할 판이다. 도시재생 사업도 부동산 투기와 민원으로 사업성을 장담하기 어렵다. 연세대 특혜에 대한 시의회와 시민단체 등의 반발이 거세다. 그린벨트에 건설을 목표로 추진중인 아시안 게임 경기장 건설사업도 거친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행복은 가끔 그리고 늦게 다가오지만 불행은 한꺼번에 찾아온다고 했던가. 해양수산부가 없어지면서 인천항의 미래도 불투명하다. 수도권의 부동산 경제를 선도했던 경제자유구역도 험난해 보인다. 선택과 집중을 요구했던 인천의 반대를 무릅쓰고, 평택과 군산 등에 경제자유구역이 확대되었기 때문이다. 새만금을 두바이로 만들겠다는 정책도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다. 더구나 시장의 공약과 시의 정책실천을 위해 일을 했던 공무원들이 이런 저런 이유로 끊임없이 수사기관의 내사대상이 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인천시가 당면한 난제들을 보면서 버그(bug)를 새삼 떠올린다. 컴퓨터 프로그램상의 잘못된 버그 하나를 찾기 위해서는 수십배의 노력과 비용이 든다고 한다. 그렇다면 인천시가 진행중인 정책들 가운데 버그는 없을까. 각종 민원과 사업진행상황을 보면 버그가 존재한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그리고 버그가 없는 정책과 시정을 생각할 때마다 대한항공 조양호 회장의 인성론이 떠오른다.

조 회장은 돈 잘 버는 변호사가 아니라 국민과 인류를 위해 일하는 제대로 된 변호사 양성을 주문했다. 변호사 합격률을 최우선 과제로 생각하고 있던 법대 교수들에게 빌게이츠의 가능성을 제대로 보지 못한 하버드 대학의 경험을 강조한 것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국민들로부터 외면 받는 수백명의 변호사보다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과 존경받는 인류애를 지닌 한명의 변호사를 더 귀중하게 생각하는 로스쿨을 위해 적극 지원하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물론 인천의 현안들이 빌 게이츠가 나서야 해결될 과제는 아니다. 그러나 발상과 정책의 전환은 반드시 필요해 보인다. 도시계획도면에 얽매여, 투자유치를 권유하는 방식은 이미 한계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산업기반이나 시장과 동떨어진 부동산에 목을 맨 현재의 정책도 위험하다. 경기부양책과 달리 부동산 정책에 관한한 안정을 택하겠다는 곽승준 청와대 수석의 말이 아니더라도 80조원의 부동산 개발 사업을 계획한 캠핀스키의 용유·무의 관광사업은 허상에 불과하다.

그리고 민원을 우려하여 22개의 아시안 게임경기장을 그린벨트에 설치하고자 한다면 그 또한 전략이 아니다. 차라리 경제자유구역에 전세계의 모든 스포츠 경기가 사계절 개최되는 30개의 경기장을 집적해 세운다면 인천 발전의 신기원이 될 수도 있다.

두바이를 부러워하면서 책임을 법과 제도의 탓으로 돌리는 것은 구차하다. 게일과 포트만 계획의 수정, 캠핀스키와의 단절이 인천의 새 희망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이제 인천의 버그를 찾아내기 위해서도 안 시장의 정책들은 조정돼야 한다.

다시 인천 앞바다를 보면서 생각한다. 차라리 12월의 겨울바다가 아니라 3월의 봄 바다에서 인천대교의 상량식을 했었더라면.



김민배 (인하대 법대 학장·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