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 민심은 저에게 맡기세요.”
 25일 마지막 방송토론을 앞두고 도지사 후보들이 모두 최종 전략짜기에 고심하며 사무실을 떠나지 못하는 사이, 정작 현장을 챙긴 것은 후보 부인들이었다.

 열린우리당 진대제 후보 부인 김혜경씨는 이날 정오께 평택 통복시장을 찾았다. 남편인 진 후보가 다녀간지 5일만이었다. 김씨는 특유의 친화력과 편한 인상으로 시장 상인들과 쉽게 어울렸다. 삼성전자 CEO를 지내고 정통부 장관을 지낸 후보의 '사모님'이라는 인상은 어디서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남편이 도지사 후보 제의를 받고 장고를 거듭할때 어느 누구보다 마음이 불편했던 것이 김씨였다. “왜 또 어려운 길을 가려고 하나”라는 걱정이 앞섰던 것이다.
 하지만 함께 선거운동에 나선뒤 새삼 많은 것에 감사하고 있다고 한다. 남편을 돕는 참모들이 고맙고 또 낮은 당 지지도에도 불구하고 남편을 지지해 주는 상인들이 고맙다고 한다. 그리고 치열한 삶의 현장으로 자신을 안내해준 남편에게도 감사한다고 했다.

 이제는 90도로 인사도 척척하고 상인들과 스스럼없이 팔짱도 끼고 웃음도 절로난다.
 그래서인지 이날도 통복시장에 이어 곧바로 안성 중앙시장과 용인 중앙시장을 거쳐 수원 화서시장까지 만만치 않은 일정을 소화했음에도 생기가 남아있는 듯 했다.
 김씨는 “조바심내지 않고 즐거운 마음으로 사람들을 만난다”면서 “진실한 마음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씨가 초보 정치인의 내조자라면 한나라당 김문수 후보의 부인인 설난영씨는 그야말로 베테랑이다.
 김 의원이 3선 의원을 지내는 동안 안가본 곳이 없다. 함께 노동운동을 하며 '동지적' 관계로 맺어졌던 부부이기에 설씨는 남편의 든든한 후원자이자 세상 누구보다 날카로운 비평가이기도 하다.

 연설문의 사소한 문구에서부터 토론회에서의 표정과 말버릇까지 하나하나 코치한다. 또 미처 남편의 발길이 미치지 못하는 곳도 설씨의 몫이다.
 이날도 토론회 준비로 바쁜 남편을 대신해 부천 전통공예 명품전에 다녀왔고 이후에는 시장으로 향했다. 설씨가 이날 찾은 곳도 5일장이 한창인 용인 중앙시장이었다.

 “기호 2번 한나라당 김문수가 여러분과 함께합니다.”
 간결하지만 호소력있는 말솜씨가 설씨의 무기다.
 수년간의 '민생투어'를 통해 이제는 어느 정도 단련이 됐을만도 하지만 설씨는 여전히 재래시장에 올때마다 가슴이 저민다. 힘들게 사는 사람들의 모습을 볼 때마다 “3선 정치인의 아내로서 죄송한 마음 뿐”이라고 했다.
 설씨는 “정치인 김문수가 그동안 잘 해왔지만 앞으로도 한눈 팔지말고 더 잘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반면 고등학교 국어교사인 민주노동당 김용한 후보의 부인인 강순원씨는 평일에는 야간 자율학습까지 맡고 있어 시간을 내지 못한다. 워낙 서로의 독립적인 삶의 영역을 존중하는 부부이기는 하지만 주말에는 꼭 함께 유세를 다닌다. 강씨는 대부분 남편의 판단과 의견을 존중하지만 평상심과 페이스를 조절하기 위한 충고는 아끼지 않는 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