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 가격 현실화를 촉구하는 주물업계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현대자동차가 최근 원자재 값 급등을 반영해 협력업체의 주물제품 원재료가를 평균 20% 올리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이같은 인상 움직임이 자동차메이커 등 대기업 전반으로 확산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대차 김동진 부회장은 13일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홍석우 중소기업청장과 만나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두 차례 부품 가격을 올린데 이어 이번에 원자재 값 상승분을 감안해 1차 협력업체의 주물제품 가격(원재료비만 적용)을 평균 20% 인상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현대차는 최근 협력업체와의 협의를 거쳐 이같은 납품가 인상폭을 확정하고 지난 2월 1일 이후 공급된 물량에 소급 적용할 계획이다.

GM대우도 이날 "(주물업체들이 제품 가격 현실화를 요구함에 따라) 상황을 면밀히 조사·파악중"이라고 밝혀 조만간 원자재 값 인상과 관련해 공식 입장을 내놓을 계획임을 시사했다.

그러나 대기업의 이같은 움직임에도 불구, 주물업계에선 "현대차 등에서 제시된 인상안은 당초 인상 요구에 턱없이 모자란다"며 여전히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경인주물공단사업협동조합 류옥섭 이사장은 "이번 현대차의 인상안은 자동차 부품 전체를 대상으로 하고 있는데 주로 2차 협력업체에 주물제품을 납품하는 주물업체에게 돌아오는 혜택은 당초 요구치에 크게 못미칠 것"이라며 "오는 17일로 예정된 2차 납품 중단은 계획대로 추진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그나마 현대차는 (국내 정서에 밝은) 국내 기업이기 때문에 인상안을 내놓았지만 GM대우나 르노삼성은 외국계 투자회사인만큼, 일단은 사태의 추이를 관망하는데 주력할 것"이라며 제품가격 인상 움직임이 완성차 업계 전반으로 확산될지 여부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경인주물공단사업협동조합 소속 회원사들이 이들 자동차 3사의 협력업체에 납품하는 주물제품은 전체 주물제품의 30~40%를 차지하고 있으며 나머지는 공작기계 제작업체 등에 납품하고 있다.

한편 인천, 부천, 김포 등 경인지역의 주물업체 대표들로 구성된 '경인지역 주물업계 비상대책위원회'는 오는 17일 오전 경인주물공단사업협동조합 앞에서 '주물 제품단가 현실화 촉구 결의대회'를 갖고 2차 납품 중단에 들어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