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보 음악의 개척자이자 쿠바의 전설적인 베이스 연주가인 이스라엘 카차오 로페스가 22일 타계했다고 AP 통신이 보도했다. 향년 89세.

   카차오는 이날 미 플로리다주 코럴 게이블스 병원에서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영면했다고 넬슨 알바레다 대변인이 발표했다.

   카차오는 지난해 9월 트롬본 연주가 게레스토 지멘츠가 사망하자 추모공연을 가지는 등 80대 후반의 고령에도 불구하고 최근까지 열정적인 활동을 계속하다 지난주에 갑작스런 건강악화로 입원했었다.

   1918년 아바나의 음악가 집안에서 태어난 카차오는 고전적 기법으로 베이스 연주를 배웠고, 10대에 이미 아바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협연을 시작했다.

   30여년간 아바나필과 함께 일하면서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과 이고르 스트라빈스키, 빌라 로보스 등 세계적 지휘자들과 화음을 맞추기도 했던 그는 1960년대에 스페인을 거쳐 뉴욕으로 건너갔으며 1980년대에 마이애미에 정착했다.

   카차오는 같은 쿠바 출신의 연기파 배우 앤디 가르시아가 1993년 자신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다큐멘터리 '카차오:누구도 따를 수 없는 리듬'을 만든 것을 계기로 일약 세계적인 명사로 떠올랐다.

   같은 해 뉴욕의 `라디오 시티 뮤직홀'에서 있었던 그의 공연은 매진사례를 기록했으며, 이듬해 발매된 앨범 `마스터 세션스, 볼륨 1'과 2004년의 앨범 `맘보'는 잇따라 그래미상을 안겨줬다.

   카차오는 쿠바에서 활동할 때에는 현지 전통음악 `손'(son)이 기저에 흐르는 수백여 개의 관현악곡을 만들었다.

   특히 만능 연주가로 활동하다 먼저 작고한 동생 오레스테스 로페즈와는 1930년대에 맘보라는 새로운 음악세계를 개척한 것으로 유명하다.

   모던재즈의 하모니와 주법에 쿠바 특유의 리듬을 가미시킨 맘보는 야성미 넘치는 강렬한 음색과 신선한 음향, 시원스런 리듬을 기반으로 멕시코와 미국을 거쳐 세계적 인 선풍을 불러 일으켰으며 `살사'의 탄생에도 영향을 끼쳤다.

   그는 2004년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과의 인터뷰에서 "우리 형제는 기존 음악에 뭔가 새로운 것을 보태려다 `단존(danzon) 맘보'라는 장르를 선보였다"면서 "당시 우리 음악에는 그런 식의 풍성함이 필요했다"고 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