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사법 사상 최초로 올해부터 시행된 국민참여재판에서 첫 '무죄' 판결이 인천에서 나왔다.

인천지법 국민참여재판 전담부인 제12형사부(재판장·장상균 부장판사)는 24일 열린 상해치사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된 이모(43)씨 사건에 대한 국민참여재판 판결에서 상해치사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다만 이씨의 사기(무전취식) 혐의는 인정, 징역 6개월을 선고했다.

이날 가장 관심을 모았던 배심원단의 상해치사 부분 평결도 '전원일치 무죄'였다고 재판부는 밝혔다.

이날 전국에서 네 번째로 열린 인천에서의 국민참여재판 결과가 눈길을 끄는 것은 크게 네 가지. 중형이 예상되는 기소죄명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는 점과 조사자(경찰관)의 조사과정 증언을 처음으로 들었다는 점, 재판 도중 불성실한 배심원에 대해 재판부가 '해임' 결정을 내렸다는 점, 그리고 국선변호인이 '무죄'를 이끌어냄으로써 그동안 일각에서 제기돼 온 국민참여재판의 '유전무죄 무전유죄' 우려를 불식시켰다는 점 등이다. 제413호 법정에서 이날 오전 9시30분부터 11시까지 진행된 배심원 선정과정에선 후보자 180명 중 선정기일 통지를 받은 52명이 참석했고, 결국 7명의 배심원과 1명의 예비배심원이 선정됐다.

재판부는 본격 공판에 앞서 배심원단에 '무죄추정원칙' 등 형사재판 기본법리를 자세히 설명했다.

이어 검찰과 변호인 측 사이에 치열한 증거조사 절차가 진행됐다.

'상해치사죄'가 중요하게 다뤄진 이번 사건의 쟁점은 크게 세 가지였다.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실제 폭력을 가했는지, 상해의 고의성이 있었는지, 일반인이 예상할 수 있을 정도로 그 상해가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었는지 등이다.

이씨는 지난 해 12월 여자 친구 A(43)씨 집에서 함께 술을 마시다 A씨를 밀어 넘어뜨려 숨지게 한 혐의 등으로 구속됐다.

피고인 이씨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범죄사실을 부인했고, 검찰 측은 피고의 동종 전과와 목격자 진술 등을 토대로 유죄를 주장했다.

하지만 변호를 맡은 장정언 변호사는 검찰이 내세운 목격자 증언의 모순과 피해자의 또 다른 상처, 수사 절차상 문제점 등을 조목조목 얘기했다. 배심원단은 결국 변호인 측의 주장을 더욱 신빙성있게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검찰 측 증인인 목격자의 진술에 신빙성이 떨어지는 등 이 사건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무죄 이유를 설명했다.

한편 이날 재판과정에선 한 배심원이 재판장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도중에 계속 졸다가 '해임'돼 쫓겨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