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민주당의 김종희 후보가 선전하고 있지만 판세는 윤 후보와 한 후보 간 양강 구도다.
이른 아침부터 봄비가 내린 지난 2일 아침 6시께. 한나라당 윤 후보가 피곤한 기색을 뒤로 하고 수행원들과 함께 아침 일찍 길을 나섰다. 하루종일 유세를 하고서도 참모들과의 회의가 끝나는 새벽 1~2시께에야 잠자리에 드는 강행군이지만 그의 표정은 밝고 활기찼다.
삼풍동 사거리 지점에서 유세차량을 세운 윤 후보는 출근길 시민들에게 인사를 전하는 것으로 하루 일정을 시작했다.
시민들에게 자신의 존재를 확실히 각인시키기 위해 두 손가락을 치켜들고 연방 손을 흔들었다. 고개뿐만 아니라 허리도 깊숙이 굽힌다. 40대로 보이는 한 시민은 '고생하신다'고 격려하기도 했다.
오늘 아침, 윤 후보는 학자(교수) 출신이 아닌 한표라도 더 얻기 위해 혼신을 다하는 현실 정치인의 모습이었다.
같은 시각, 무소속 한 후보는 부인 하지현씨와 함께 수지에서 분당쪽 방향으로 향하는 동천동 기업은행 부근에 세워진 유세차량에서 출근중인 시민들을 만났다.
방송인 출신에 지역 현역의원인 한 후보의 높은 인지도를 보여주듯 아는 척을 하는 시민들도 눈에 띄었다. 일부 시민은 경음기를 울려대며 친근감을 전했다.
그럴 때마다 한 후보는 오른쪽 손을 번쩍 올리며 '파이팅'으로 답했다.
출근 시간대가 지나자 두 후보측은 약속이라도 한 듯 근처의 식당으로 향했다. 3시간여 동안 몸과 입을 움직였으니 표도 표지만 민생고 해결이 더 급할 터. 윤 후보는 해장국을, 한 후보는 설렁탕 한 그릇을 '게 눈 감추듯' 후딱 해치웠다.
두 후보는 다시 유세차량에 올라 각자의 길로 향했다.
윤 후보는 상현동 일대를 집중 공략하며 유세를 벌였다. 아파트 곳곳을 누비며 수지의 난개발 실태를 지적한 뒤 수지IC 건설과 신분당선 연장 조기 해결 등 각종 공약을 꼼꼼하게 알렸다. 이날 윤 후보의 유세장 주위에는 유난히 낯익은 얼굴이 몇 있었다. 중견탤런트 안해숙씨, 그리고 드라마속의 '봉팔이'와 노래 '남자답게 사는 법'으로 알려진 김영배씨가 유세 지원에 나선 것이다.
유세차량에 있던 윤 후보에게 "힘들지 않냐"고 물어보자 "아직 거뜬 합니다"라고 웃으며 다시 시민들을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서는 "샘플링이 잘못된 부분도 있고 한나라당 지지층이 의사를 감추는 경우도 많다"며 "박빙이라고 발표된 모 언론의 여론조사 결과가 아마도 정확할 것이며 투표결과는 분명 다를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반면 한 후보측의 유세 현장은 조금은 조용한 편이었다. 한 후보측 관계자는 "원래 한 후보는 확성기를 쓰지 않고 조용하게 설득하는 스타일을 고집한다"고 했다. 실제로 한 후보는 이날 내내 마이크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조용한 유세'를 계속했다. 그래도 수지와 강남간 30분 생활권 조성, 명품교육 수지 건설 등 공약은 빼놓지 않았다. 한 후보에게 "시민들 반응이 어떠냐?"고 하자 손을 흔들면서 "아주 좋습니다"라고 했다.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서는 "낙하산 공천과 한나라당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작용한 데다 그동안의 의정활동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반영된 것 같다"며 "반드시 승리해 공천이 잘못됐음을 증명하겠다"고 말했다.
두 후보의 유세전은 퇴근시간대인 6~8시까지 절정에 달했다. 수지 관내 교차로 곳곳을 돌았고, 선거 도우미들의 목청은 오히려 높아져 갔다.
지역을 돌다 차량 위에서 서먹하게 마주치기도 했던 두 후보는 밤 늦게까지 거리 유세를 마친 뒤 파김치가 돼서야 집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