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이(親李, 한나라당 윤건영 후보)와 친박(親朴, 무소속 한선교 후보)이 용인 수지에서 제대로 맞붙었다. 여론조사에서 우위를 점한 한선교 후보 측은 '승부는 이미 끝났다'고 했고, 윤건영 후보측은 접전 양상이라며 '막상 투표에서는 결과가 달라질 것'이라고 한다.

통합민주당의 김종희 후보가 선전하고 있지만 판세는 윤 후보와 한 후보 간 양강 구도다.

▲ 한나라당 윤건영 후보가 상현동에서 유권자들에게 수지IC 설치 등의 공약을 설명하고 있다.

이른 아침부터 봄비가 내린 지난 2일 아침 6시께. 한나라당 윤 후보가 피곤한 기색을 뒤로 하고 수행원들과 함께 아침 일찍 길을 나섰다. 하루종일 유세를 하고서도 참모들과의 회의가 끝나는 새벽 1~2시께에야 잠자리에 드는 강행군이지만 그의 표정은 밝고 활기찼다.

삼풍동 사거리 지점에서 유세차량을 세운 윤 후보는 출근길 시민들에게 인사를 전하는 것으로 하루 일정을 시작했다.

시민들에게 자신의 존재를 확실히 각인시키기 위해 두 손가락을 치켜들고 연방 손을 흔들었다. 고개뿐만 아니라 허리도 깊숙이 굽힌다. 40대로 보이는 한 시민은 '고생하신다'고 격려하기도 했다.

오늘 아침, 윤 후보는 학자(교수) 출신이 아닌 한표라도 더 얻기 위해 혼신을 다하는 현실 정치인의 모습이었다.

▲ 무소속으로 출마한 한선교 후보가 동천동 기업은행 부근에서 퇴근길 시민들을 향해 한표를 부탁하고 있다.

같은 시각, 무소속 한 후보는 부인 하지현씨와 함께 수지에서 분당쪽 방향으로 향하는 동천동 기업은행 부근에 세워진 유세차량에서 출근중인 시민들을 만났다.

방송인 출신에 지역 현역의원인 한 후보의 높은 인지도를 보여주듯 아는 척을 하는 시민들도 눈에 띄었다. 일부 시민은 경음기를 울려대며 친근감을 전했다.

그럴 때마다 한 후보는 오른쪽 손을 번쩍 올리며 '파이팅'으로 답했다.

출근 시간대가 지나자 두 후보측은 약속이라도 한 듯 근처의 식당으로 향했다. 3시간여 동안 몸과 입을 움직였으니 표도 표지만 민생고 해결이 더 급할 터. 윤 후보는 해장국을, 한 후보는 설렁탕 한 그릇을 '게 눈 감추듯' 후딱 해치웠다.

두 후보는 다시 유세차량에 올라 각자의 길로 향했다.

윤 후보는 상현동 일대를 집중 공략하며 유세를 벌였다. 아파트 곳곳을 누비며 수지의 난개발 실태를 지적한 뒤 수지IC 건설과 신분당선 연장 조기 해결 등 각종 공약을 꼼꼼하게 알렸다. 이날 윤 후보의 유세장 주위에는 유난히 낯익은 얼굴이 몇 있었다. 중견탤런트 안해숙씨, 그리고 드라마속의 '봉팔이'와 노래 '남자답게 사는 법'으로 알려진 김영배씨가 유세 지원에 나선 것이다.

유세차량에 있던 윤 후보에게 "힘들지 않냐"고 물어보자 "아직 거뜬 합니다"라고 웃으며 다시 시민들을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서는 "샘플링이 잘못된 부분도 있고 한나라당 지지층이 의사를 감추는 경우도 많다"며 "박빙이라고 발표된 모 언론의 여론조사 결과가 아마도 정확할 것이며 투표결과는 분명 다를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반면 한 후보측의 유세 현장은 조금은 조용한 편이었다. 한 후보측 관계자는 "원래 한 후보는 확성기를 쓰지 않고 조용하게 설득하는 스타일을 고집한다"고 했다. 실제로 한 후보는 이날 내내 마이크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조용한 유세'를 계속했다. 그래도 수지와 강남간 30분 생활권 조성, 명품교육 수지 건설 등 공약은 빼놓지 않았다. 한 후보에게 "시민들 반응이 어떠냐?"고 하자 손을 흔들면서 "아주 좋습니다"라고 했다.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서는 "낙하산 공천과 한나라당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작용한 데다 그동안의 의정활동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반영된 것 같다"며 "반드시 승리해 공천이 잘못됐음을 증명하겠다"고 말했다.

두 후보의 유세전은 퇴근시간대인 6~8시까지 절정에 달했다. 수지 관내 교차로 곳곳을 돌았고, 선거 도우미들의 목청은 오히려 높아져 갔다.

지역을 돌다 차량 위에서 서먹하게 마주치기도 했던 두 후보는 밤 늦게까지 거리 유세를 마친 뒤 파김치가 돼서야 집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