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기운이 완연하다. 봄은 어느새 온 대지를 적시며 슬며시 우리 곁으로 와있다. 들녘에는 푸릇푸릇한 새싹이 돋고 아지랑이가 한창이다. 목련이 수줍은 듯 꽃봉오리를 살포시 터뜨리고 우아한 미소로 우리를 맞는다. 잔뜩 물먹은 산수유 노란 꽃망울도 서로를 시샘하듯 하나둘씩 터뜨리고 있다. 봄의 향연이 시작된 셈이다.

봄에는 많은 사람들이 꽃구경으로 가슴이 설렌다. 벚꽃은 물론이고 개나리· 철쭉·진달래 꽃은 향기 못지 않게 우리의 눈길을 끈다. 화려하지만 수줍음과 소박함이 숨어 있어서 그런가 보다. 특히 산수유 꽃은 더욱 그렇다. 겉꽃잎이 먼저 핀 다음 좁쌀같은 속꽃잎이 피는 산수유 꽃은 군락을 이루면 노란색 물감을 풀어 놓은 듯 해서이다. 이같이 이른 봄 남보다 먼저 피는 꽃은 대개 노랗다. 생강나무·복수초·영춘화도 산수유 꽃과 같다. 생강나무 꽃은 청초하고 복수초 꽃은 영락없는 가련한 여인의 이미지이다. 대지를 노란색으로 물들이는 산수유 꽃은 봄의 따스함을 알리는 전령사이다.

그래서일까. 이맘 때쯤이면 경기·인천 곳곳에서 꽃축제가 한창이다. 이천시 백사면은 산수유 자생군락지로 유명해 벌써 온 마을에 산수유 꽃이 흐드러져 노란색 물결로 뒤덮였다고 한다. 마을 일대가 황홀경이다. 김포와 인천에서도 진달래와 철쭉 군락지를 중심으로 꽃망울을 터뜨리고 있어 산행객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도심지의 크고 작은 벚꽃 축제도 시작되고 있다.

하지만 올 봄의 백미는 뭐니뭐니해도 아마 4·9총선일게다. 꽃보다는 결코 아름답지 않지만 우리의 미래를 책임질 선량들을 선출하는 꽤 의미있는 행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역대 최저 수준의 투표율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어서 걱정이 크다. 꽃구경보다는 투표 참가가 더 중요한데도 말이다. D-2, 아침 일찍 투표소를 찾는 것은 어떨까 한번 반문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