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호 (시사평론가·언론광장공동대표)
경상수지가 급속히 악화되면서 적신호를 울리고 있다. 지난 1월에는 11년 만에 가장 큰 규모인 27억5천100만달러의 적자를 냈다. 2월에도 적자가 23억5천만달러로 이어졌다. 석유, 곡물 등 국제원자재 가격이 폭등한 탓이다. 이명박 정부가 급한 대로 해외 골프여행을 줄이는 한편 외국관광객을 많이 유치해 관광수지 적자라도 줄여보려고 다각적인 방안을 모색하는 모양이다.

서울을 비롯한 한국의 도시는 외국인의 눈에 동양적 매력이 없다. 독특한 도시임에는 틀림없지만 말이다. 어딜 가나 성냥갑 모양의 아파트 숲이 솟아 있다. 건물마다 온통 간판으로 뒤집어써 혼란스럽다. 때와 곳이 없는 교통체증. 그것도 비슷비슷한 모양의 승용차가 도로를 뒤덮고 있다. 색깔도 흰, 검정, 회색으로 단조롭다. 밤을 잊었는지 2, 3시에도 어둠을 뚫고 차량의 행렬이 질주한다. 공기도 혼탁하기 그지없다.

문화유산이 너무 빈약하다. 서울 경복궁을 가보지만 거개가 새로 지은 건물이다. 인사동이 전통문화의 거리라지만 중국산 잡동사니로 넘쳐난다. 관광코스였던 숭례문은 화마가 앗아갔다. 중국, 일본과 동남아에 한류가 불어 그들이 서울을 많이 찾는다. 그러나 어떤 먹거리가 그들의 입을 즐겁게 하는지 모르겠다. 전국 곳곳이 밥집, 술집으로 넘쳐나지만 말이다.

김치를 즐기는 외국인이 많단다. 불고기, 숯불갈비, 비빔밥도 외국인 사이에 인기란다. 그런데 소문난 집을 가보면 식탁을 제대로 닦지도 않는다. 물론 식탁보는 없다. 수저와 젓가락은 손님이 챙겨야 한다. 그것도 싸구려 스테인리스 스틸 제품이다. 물 달라, 밥 달라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요란하다. 평상복을 입은 종업원들이 이리저리 뛰며 부산스럽다. 화로가 왔다갔다 하고 식탁에 가위가 튀어 나와 김치도 냉면도 고기도 삭둑삭둑 자른다.

호텔 한식당은 인기가 없다. 값만 비싸지 맛은 별로란다. 한국적 풍취도 풍기지 않는다. 제주도에는 무비자로 중국인이 많이 찾는 편이다. 그런데 그곳에 가면 배가 고프다는 소리를 한단다. 생선회는 그들에게 날생선일 뿐이다. 고등어, 갈치조림도 돼지고기 수육도 입맛을 돋우지 못한다. 식단도 외국인 입에 맞게 개발해야 한다.

영어에 '더러운 창문'(dirty window)이란 말이 있다. 집은 허름해도 맛을 자랑하는 식당을 말한다. 그런 곳이 있다면 헐고 새로 지을 게 아니라 잘 가꿀 필요가 있다.

고급스런 한정식 식당이 많이 들어섰다. 돈을 많이 들여 치장했건만 전통적 정취도 향취도 그다지 묻어나지 않는다. 한지로 도배하고 고풍스런 목기도 들여놓았다. 서화류를 벽면에 걸기도 하고 도자기나 공예품을 늘여놓기도 했다. 고급식당이라면서 더러 서민풍의 막사발을 식기로 내놓는다. 엉뚱하게도 중국자기가 자리잡은 곳도 있다. 토속적 느낌을 줄지 몰라도 안목 있는 눈에는 전통미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듯하여 안타깝다.

베트남 하노이에는 로터스(Lotus-연꽃)라는 전통식당이 있다. 바닥 타일도 벽면도 연잎 색으로 치장했다. 식탁도 마찬가지다. 화장실도 그 분위기가 이어진다. 식기는 모두 연잎 빛의 청자이다. 반(盤), 완(碗), 잔탁(盞托), 주자(注子)에 새긴 부조(浮彫)가 너무 예술적이다. 차례를 기다리는 대기실도 담소를 즐기도록 잘 꾸며놓았다. 프랑스의 지배를 받아서 그런지 전설적인 요리사와 화가를 많이 낳은 나라답다.

관광자원이 없는 나라라면 음식이라도 자랑스러워야 한다. 보는 즐거움이 없으니 먹는 즐거움이라도 줘야 외국인이 찾는다. 맛을 돋우려면 멋도 살려야 한다. 미국이나 유럽 도시에서 한식당이 같은 아시아계인 중국, 일본은 물론이고 인도, 베트남, 태국에 밀리는 이유는 전통미를 살리지 못하는 데도 있다. 여기에는 정부의 몫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