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늦은 겨울 야간 근무시간으로 기억된다. 한 통의 신고전화가 걸려 왔다. 다소 거친 숨소리의 신고자는 "무슨 일이냐"는 물음에 "와서 보면 알 수 있다"는 짧은 대답으로 전화를 끊어 버렸고, 강력사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급히 현장으로 달려갔다.
중년의 남성이 한 눈에 보아도 동네사람으로 보이는 평상복 차림의 할아버지를 붙잡아 놓고 있었다. 두 사람은 몇 집을 사이에 둔 이웃으로 확인이 되었으며, 할아버지는 동네사람들이 항상 그렇게 했던 것처럼 골목이 좁아 청소차가 들어올 수 없어 치우는 사람의 수고를 덜어주기 위해 자신의 집 앞이 아닌 골목 입구에 위치한 중년 남성의 집 앞에 쓰레기 봉지를 버린 것이 시비가 되었던 것이다.
오물투기에 대한 처벌로 이웃간 심각한 갈등상황 발생을 방지하기 위해 신고자를 설득하고 할아버지를 상대로 재발 방지를 다짐받아 두 사람을 화해시키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하였으나 신고자의 태도는 완강했다. 몇차례 경고문을 부착하는 등 오물투기 방지를 위해서 노력했지만 이웃들의 오물투기 행위는 멈추지 않았고 심지어 음식물 쓰레기까지 버려 악취로 생활이 곤란한 상황에 이르렀으며 두통까지 생겨 다른 방법이 없다고 판단되어 결국 신고까지 하게 된 것이라고 하였다. 중년남성의 절박한 심정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다.
자정 무렵까지 중년남성의 신고는 계속 되었으며 귓가에선 "이웃으로 지내지 않아도 좋다"라는 목소리가 오랫동안 맴돌았다. 기초질서 행위들이 오히려 양심과 도덕의 영역에 있어야 마땅함에도 법률로 규정되어 준수를 강제하는 것은 극도로 해체되어 가는 공동체의 유지를 위해 최소한의 것이며 그 역할과 중요성이 크기 때문은 아닌지 싶다.
/이천우 (성남수정경찰서 수진지구대 )
기초질서, 법으로 강제한 최소한의 도덕
입력 2008-04-09 23:00
지면 아이콘
지면
ⓘ
2008-04-10 0면
-
글자크기 설정
글자크기 설정 시 다른 기사의 본문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가
- 가
- 가
- 가
- 가
-
투표진행중 2024-11-17 종료
법원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에 대한 1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습니다. 벌금 100만원 이상의 유죄가 최종 확정된다면 국회의원직을 잃고 차기 대선에 출마할 수 없게 됩니다. 법원 판결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