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돌멩이는 부서지면서
산산이 깨져 나가면서 저렇게 눈부신데
행여 손끝 하나 바그라질까 머뭇거리고 두리번거리는
이 한심한 영혼아
네가 자랑하는 순결은 이제는 너무도 낡았구나

네가 자랑하는 순결이란
부서지면서 꽝꽝 여물어질까
무너지면서 짱짱하게 말뚝이 박힐까
아니, 거침없이 통째로
산산이 부서져라
그렇게 부서지다 보면
그렇게 깨끗이 씻겨 나가다 보면
순결의 알통이란
구새 먹었어도 늘 푸른 저 팽나무 고목처럼
부시게 의연할까 -중략-

-'먼지가 부르는 차돌멩이의 노래' 中, 조영관 지음, 실천문학사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