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문자 (인천여성노동자회 회장)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후 각종 규제를 완화하고 무한경쟁의 시장 논리를 모든 곳에 적용해서 기업과 부자들이 활동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고 하고 있다. 부동산 종부세 완화, 기업의 출자 총액제 완화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 와중에 기업들이 기업 활동 자율성 강화의 일환으로 기업규제 완화를 정부에 요청하였다.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5단체가 267개 규제를 개선해 달라고 정부에 공식 건의했다고 한다. 그 중 약 4분의 1인 65개가 노동관련 내용들이다. 내용을 보면 해고제한 완화, 장애인 의무고용 관련 완화, 비정규직 활용 범위 확대 및 사용기간 연장, 비정규직 차별금지 제도 개선, 산업안전 관련 각종 기준 완화 등이다.

여성 노동자에 관련한 것은 적극적 고용개선 조치 제도 개선, 직장보육시설 설치 의무 완화, 직장내 성희롱 벌칙 완화, 육아휴직 중 해고 관련 벌칙 완화, 육아휴직 후 동일 직무 복귀 사항 개선 등 성차별 개선 또는 직장과 가정을 함께하기 위하여 여성 노동계가 오랫동안 요구하고 만들어 왔던 각종 제도들에 대한 것이다.

경제5단체는 '정규직 사용, 장애인 고용, 산업안전, 차별금지, 여성고용'이 기업 활동에 규제가 된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판단된다. 기업이 열악한 환경에서 노동 착취를 통해 이윤을 창출할 수 있다는 생각은 이미 지난 시대의 사고방식이다. 안정적이고 안전한 환경에서 일할 때 노동자들의 생산성이 높아진다는 것은 이미 많은 연구에서 밝혀진 바 있다.

노동 착취의 경영철학이 먹혀들던 시대는 이미 지났고 이제는 평등과 인간 존중의 가치를 내면화해야 할 때다. 세계적으로 여성 인적 자원을 얼마나 잘 활용하는가가 국가 경쟁력의 기준이 되고 있고 저출산 시대에 여성들이 안심하고 일을 할 수 있는 기업 환경 만들기 운동을 대대적으로 진행한 것이 엊그제인데 갑자기 모성 보호와 여성인권 보호, 고용 평등 조치가 기업을 규제한다니….

성폭력은 성을 매개로 약자에게 가할 수 있는 가장 치졸한 방식의 폭력이며, 피해자에게 씻지 못할 깊은 상처를 남긴다. 직장내 성희롱 역시도 직장내에서의 강자가 약자를 유린하고 무시하는 반인권적인 폭력이다. 직장내 성희롱은 곧 범죄로 법에서 금지하여 이젠 성희롱을 해서는 안된다는 사회적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데 직장내 성희롱 처벌은 규제라니 웬 말인가? 저출산 고령화 시대를 우려하면서 육아휴직 중 해고 관련 벌칙 규정 완화는 또 웬 말인가?

기업들이 앞 다투어 사회공헌 사업을 전개하여 사회적 책임을 한다면서 한편으로는 기업 규제 완화라는 명목으로 노동자들의 안전과 육아권, 인권보장을 무시하고 과거로 회귀한다면 노사 협력의 기업문화는 후퇴할 것이다. 지금 경제 5단체가 고민해야할 것은 기업의 사회적 책무와 인간 존중의 경영 철학이다. 정당한 임금과 안정된 고용을 보장해주고 신뢰 속에 구축된 노사협력의 문화를 열어가야 할 시점인 것이다. 또한 충분한 노동권을 보장하고 인적자원을 다양하게 활용하여 조직의 경쟁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모색과 노력을 하는 것이다. 여성 인력의 적극적 활용과 노동자와의 파트너십만이 진정한 기업의 경쟁력이 되는 시대임을 직시해야할 것이다.

말로만 노사 협력, 사원을 가족처럼이라고 외치지 말고 지금 노동자 가족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여성 노동자들이 안심하고 일을 하기 위해서는 어떤 환경이 필요한지 똑바로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