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이 펼쳐진 황량한 사막을 횡단하는 낙타와 사람들, 끊이지 않는 전쟁과 테러 뉴스들, 석유를 둘러싼 강대국들의 자원전쟁 등등. 여기에 중동을 상징하는 이슬람교를 추가하면 중동지역의 그림이 대강 완성된다.

그런데 할리우드 액션영화들을 보면 언제나 세계의 정의를 지키는 것은 미국시민이고 아랍계 사람들은 테러리스트로 묘사되곤 한다.

미디어의 영향력이 그 어느때보다 커서인지 우리는 그런 공식을 별 비판없이 받아들인다. 그리고 CNN을 비롯한 많은 뉴스에서 중동뉴스를 전할때는 으레 자살테러 아니면 민간인의 납치만 연일 보도하는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런 이미지들로만 중동을 이해하는 것이 온당한 일인가?

아니다. 인류 문명의 발상지이자 교차지인 중동을 몇 개의 퍼즐 조각으로 짜맞추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더욱이 이슬람교로만 중동을 이해하려는 태도는 편향적일 뿐 아니라 정확하지도 않다.

지도로 보는 중동이야기(고야마 시게키 지음·이다미디어刊)는 중동을 서방 문명과 대립하는 개념으로 이해하려 하지 않는다. 우리는 중동이 이슬람권이라고 알고 있지만, 사실은 세계 3대 유일신교인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의 발상지다.

30여 년간 중동에서 생활한 저자는 자신이 경험한 역사의 현장으로 독자들을 친절하게 안내한다. 3대 종교의 성지인 예루살렘을 비롯해 우르에서 가나안으로 향하는 아브라함 일행의 여정, 출애굽의 무대인 이집트의 나일 델타와 왕가의 계곡, 지중해를 지배하던 로마 제국 시절의 예수 탄생지와 예수가 일행을 향해 예루살렘의 붕괴를 예언했다는 올리브 산, 마호메트가 탄생한 이슬람교의 성지 메카 일대 등이 역사적 사실과 오버랩되면서 우리 눈앞에 생생하게 펼쳐진다.

우리가 중동의 역사, 종교, 문화를 정확하게 이해하기 힘든 분야가 바로 종교와 역사의 교차점이다. 종교와 역사를 넘나들며 중동의 이야기를 일목요연하게 풀어내는 저자의 탁월한 능력은 오랜 세월에 걸친 현지 체험과 종교적 선입관 없이 중동을 이해하려는 노력 덕분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