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 주말드라마 '엄마가 뿔났다'(극본 김수현, 연출 정을영)가 '뿔난 엄마'들의 실감나는 연기로 인기를 얻고 있다.

   극과 극 캐릭터의 사돈지간으로 등장하는 김혜자와 장미희가 일등공신. 이들은 실제인지 연기인지 헛갈릴 정도로 생생한 연기로 극중 자존심 대결만큼이나 불꽃 튀는 연기 대결을 펼치고 있다. 여기에 강부자가 맛깔스런 역할로 웃음을 던지며 양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방송 초반부터 시청률 30%를 오르내리며 화제를 모으고 있는 '엄마가 뿔났다', 그 중심에서 세 중견 여배우가 연륜이 묻어나오는 명연기로 시청자들을 웃기고 또 울리고 있다.

   ◇'원조 엄마' 김혜자
대한민국 '대표 어머니' 김혜자는 기존 이미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순수하고 착한 어머니 김한자로 등장한다. 속상한 일이 있어도 싫은 소리 한번 제대로 못하고 속으로 삭히는 전형적인 우리네 어머니. 뿔이 단단히 나서 식구들을 놀라게 할 때도 있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는 한국 어머니이다.

   이 드라마에서 주로 김혜자를 뿔나게 하는 것은 자식들이다. 이혼남과 교제하는 노처녀 첫째딸, 어느 날 배부른 '누나'를 데리고 와 결혼한 아들, 양가 반대 속에 재벌가의 아들과 결혼한 막내딸까지 어느 하나 엄마 뜻대로 되는 자식들이 없다.

   자식 걱정에 마음 편할 날 없는 김혜자를 보며 시청자들은 마치 자기 자신, 나의 아내, 우리 엄마 같은 마음을 느낀다. 그의 절절한 독백과 눈물 연기는 시청자들에게 공감과 감동을 자아낸다.

   드라마 게시판에는 "김혜자씨 연기에 가슴이 너무 찡했다" "감정이입이 돼 나도 많이 울었다"는 글들이 이어지고 있다. 김혜자는 다시 한번 자신이 왜 '국민 어머니'인지 보여주는 듯하다.

   ◇'도도한 귀부인' 장미희
교양 넘치는 우아한 목소리로 부르는 "미세스 문~" 한마디에 장미희가 맡은 고은아의 캐릭터가 묻어난다. 한자의 막내딸 영미(이유리)의 시어머니인 고은아 역을 맡은 장미희에 대한 반응도 폭발적이다.

   부잣집에서 무남독녀 외딸로 자라 누구도 못 말리는 고집쟁이에 무슨 일에든 다른 사람의 의견은 용납하지 않는 성격. 평소 고고한 이미지의 장미희의 모습과 겹치는 부분도 있어 장미희처럼 이 캐릭터를 완벽히 소화할 배우를 찾기가 쉽지 않다는 평이다.

   시청자들은 "이런 고상한 척, 아리따운 척하는 귀부인 역은 장미희 씨 말고는 없는 듯하다" "가증스런 역할이 정말 재미있다. 장미희 씨 나오면 화면에 눈이 고정된다"면서 호응을 보내고 있다.

   교양과 품위로 포장돼 있으나 그 뒤에 가려진 속물적인 모습이 더욱 캐릭터를 살려준다. 특히 김혜자와 정반대 모습으로 두 인물의 대비는 드라마의 또 다른 재미 포인트가 되고 있다.

   학력 위조 파문에 휘말린 이후 이 드라마로 복귀한 장미희는 연기력으로 논란을 잠재우고 있다.

   ◇'친근한 옆집 아줌마' 강부자
극중 김한자의 시누이이자 여고 동창인 나이석 역의 강부자는 활발하고 씩씩한 또 다른 어머니의 모습으로 친근감을 더한다. 감칠맛 나는 코믹 연기에 강부자가 등장하면 웃음이 터지는 장면이 어김없이 등장한다.

   시청자들은 "저희 어머니를 보는 것 같다"면서 "강부자 씨 연기에 드라마의 재미가 두 배"라고 강부자의 연기를 칭찬했다.

   솔직하고 시원시원한 성격으로 김혜자가 못하는 말을 대신 내뱉어 가려운 곳을 팍팍 긁어주는 역할도 한다. 감성이 풍부해 아무것도 아닌 일에 펑펑 눈물을 흘리는 여린 면도 있다.

   실제로 강부자는 '엄마가 뿔났다'의 제작발표회에서 "재미보다는 눈물을 많이 흘리는 역할이 어울린다고 생각하는데 재미를 추구하는 역할을 맡았다"고 웃으면서도 모성애를 이야기하면서는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눈물 연기가 아니어서 스스로 아쉬울지라도 강부자의 코믹 연기에 시청자는 즐겁다.